매일신문

대구지역 하드록 인디밴드 B2B

대구에서 활동중인 하드록 밴드 'B2B'. 20살 남짓한 음악 청년 5명이 꾸려가는 인디밴드(기획사에 소속되지 않고 스스로 작사, 작곡, 공연 기획, 판매를 해나가는 그룹 사운드)이다.

'B2B'는 텔레비전이나 라디오에 출연해본 적이 없다. 보통 20, 30명 남짓한 관람객이 찾는 컴컴한 서클에서 노래하고 연주할 뿐이다. 그들에게는 팬클럽도, 공연을 보기 위해 며칠동안 밤을 새워 표를 사는 팬도 없다.

사인을 요구하며 집요하게 따라다니는 소녀 팬은 더욱 없다. 어쩌면 그들 밴드의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은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는지도 모른다.

"음악해서 밥먹고 살겠냐?". 걸핏하면 듣는 말이다. 음악해서 먹고살기 힘들다는 것쯤은 이들도 잘 알고 있다. 스스로에게 정말 천재적인 소질이 있는 가에 대해서도 자신할 수 없다. 그러나 문제는 음악이 좋고, 음악 외의 일은 생각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건반 담당인 유은재(22)씨는 대학에 3번이나 입학했다. 경북대에 2번 입학했지만 도무지 적성에 맞지 않아 금세 그만두었고 결국 계명문화대 생활음악과에 진학한 후에야 몸과 마음을 맡길 수 있었단다.

가난한 음악청년들인 탓에 'B2B'의 멤버들은 낮에는 각자의 직장에서 일하고 저녁에 함께 연습한다. 직업은 다양하다. 노래방 아르바이트, 병원 차트 돌리기, 식당일, 학생, 각종 홍보물 배경음악 제작….

이들이 밴드 이름을 'B2B'라고 지은 데에도 그만한 이유가 있다. 누구의 도움도 기대할 수 없는 만큼 서로 등을 맞대고 의지하자는 의미에서 'Back To Back'이라고 지었다. 보컬 임진혁씨는 낮엔 아르바이트, 밤엔 공연 연습으로 몸은 파김치가 되기 일쑤이지만 그 파김치 몸뚱이로 사는 인생만큼은 파릇파릇하다며 웃는다.

'B2B' 멤버들은 이름난 스타를 목표로 하지 않는다. 열광팬을 거느리고 싶지도 않다. 그들은 다만 음악을 사랑하고 아낄 뿐이다. 배고프지 않고 음악에 전념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은 없다.

지난 달 17일엔 처음으로 싱글앨범을 냈다. 2번 공연으로 음반 100장을 팔았다. 인기 그룹사운드나 일반인들에게 음반 100장은 부끄럽고 초라한 판매량일 것이다. 그러나 누구의 도움도 없이 음악활동을 해나가는 이들에게 100장의 의미는 남다르다. 상설 판매소도 없고 그들의 음악을 들려주는 가게나 노점도 없다.

그럼에도 100명 이상의 관람객이 그들의 음악에 마음을 움직였고 지갑을 열었다. 첫 앨범으로는 성공적이었다고 스스로 평가한다.

음악이 좋아 앞뒤 가리지 않고 음악에 뛰어들었다는 'B2B'의 멤버들, 그들은 오늘도 한 지하실 연습장에서 목이 터져라 고함치고 있다.대구에는 약 20개의 인디밴드가 활동중이고 그 중 서너 개 밴드가 자체 앨범을 제작, 발매했다.

조두진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