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낙관론자와 비관론자를 구분할 때 물이 반쯤 들어있는 컵을 보고 "반이 찼다"로 보느냐 "반이 비었다"로 보느냐를 기준으로 삼는다. 같은 사안이지만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그 종착역은 극과 극을 달린다.
그래서 낙관과 비관의 경계선을 설정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도 없다. 개인적으로야 긍정적이고 희망과 의욕이 넘치는 낙관론을 펼치는 것이 대체로 바람직하지만 큰 일을 앞두고서는 오히려 신중론이 일을 덜 그르치는 귀감이되는 경우를 종종 본다.
0..외환위기 극복 이후 경기 회복에 대한 성급한 기대감 때문인지 경제를 낙관하는 징후들이 최근 너무 많이 감지되고 있다. 대한상의가 올 2/4분기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133(기준치 100)이라고 발표한데 이어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매출액 순위 600대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BSI가 141.9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1975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사상 최고치라고 하니 경기 회복을 바라는 업계의 마음이 얼마나 간절한지를 알 수있다.
0..지난 2월 전경련은 BSI 전망치가 110.7로, 3개월 연속 100 이상을 기록했다고 흥분했는데 불과 한달만에 140선을 훌쩍 넘은 것은 아무리 기대치지만 대단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참고로 외환위기 직후인 98년1월 BSI 전망치는 불과 35였다. 낙관론은 진취적이지만 대세를 놓칠 수 있고 비관론은어둡지만 문제 해결 능력을 길러주는 장점이 있다.
0..역사적으로 유명한 낙관-비관 논쟁은 임진왜란 직전 일본의 상황을 탐지하고 돌아온 황윤길과 김성일의 보고가 아닌가 싶다. 알려진 바와 같이 황윤길은 "전운이 임박했다"고 말했고, 김성일은 "가히 걱정할 일이 못된다"고 보고했다.
조정은 아전인수격으로 김성일의 의견을 받아들였고 대비를 게을리 한 조선은 그 대가를 혹독히 치러야했다.
0..결혼을 앞두고 택일을 하면 요즘은 길일이 따로 없다. 하객이 많은 토·일요일이나 공휴일이 무조건 길일이다. 그러나 나라의 경제 전망은 택일처럼 '누이좋고 매부좋은 식'의 낙관론으로 일관해서는 안된다. 구태여 그늘진 부분을 들추어낼 필요는 없다.
주가가 850선에 육박하고 내수가 급증하는 '밝은 면'도 있다. 그러나 실업자가 속출하고 수출은 12개월째 하락하고 있는데다 엔화 약세 등'어두운 면'도 많다. 게다가 올해는 양대 선거를 앞두고 있다. 과거의 경험처럼 표를 의식한 애드벌룬 전망이 돼서는 안될 것이다. 지금 낙관론에 대해 새삼 우려가 깊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윤주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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