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02 한.일 월드컵 일본은 이렇게 준비한다-(9)문화월드컵

"10곳 10색의 일본미를 보여 드리겠습니다". 월드컵을 80여 일 앞두고 일본의 10개 개최도시들은 저마다 자기 고장과 전통문화 를 전세계에 알리기 위해 다양한 문화행사 준비에 분주한 모습이다.

도쿄(東京)에서 고속전철로 50여 분 거리에 있는 사이타마(埼玉). 일본 역사상 마 지막 봉건시대인 에도(江戶)시대의 행정중심지 에도(지금의 도쿄)를 방어하던 북 방 거점도시이자 유서 깊은 문화예술의 고장이다.

이 곳에서 펼쳐지는 행사중 가장 특징적인 것은 일본 전통 놀이문화인 게마리(蹴 鞠). 우리 조상들이 즐겼던 축국과 비슷한 이 놀이는 1천년 전 헤이안(平安) 시대 에 귀족 5, 6명이 정원에 모여 즐기던 공차기 놀이다.

사이타마현은 교토(京都)의 게마리 전문예술단을 불러 사이타마 도심에 위치한 복합 문화체육공간인 슈퍼 아 레나(super arena)에서 공연하고 오미야(大宮) 현립 박물관에서는 관련 기구나 복 장 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또 사이타마 민족문화센터에서는 '마리(공)와 문화'란 타이틀로 공을 갖고 하는 그 밖의 서민 놀이문화를 전시, 공연하며 오미야 지역에 있는 3만평 규모의 히카 와(永川) 신사에서는 야간에 가무 놀이인 가구라(神樂)도 선보인다.

가구라는 옥 외에서 관현악기를 연주하고 춤을 추며 신을 찬양하는 전통 민속극이고 히카와 신 사는 관동 지역에서 가장 높은 목조 건축물을 지닌 일본 유수의 신사다.

문화행사에는 지역 주민들도 적극 동참한다. 자원봉사자로 구성된 주민들은 경기 장을 찾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학 접기 등 종이 공예법을 가르친다. 또 현장에서 만든 제품을 즉석에서 선물로 제공하고 가마 태워주기 이벤트도 펼칠 예정이다.

일본 월드컵조직위(JAWOC) 사이타마지부 기타다 히로아키(北田弘明) 주간은 "사이 타마현 문화행사의 기본 컨셉트는 축구와 문화, 축구와 역사"라면서 "1천년 전 헤 이안(平安) 시대의 귀족놀이인 게마리를 우선 선정한 것도 그런 이유"라고 밝혔다

동해를 사이에 두고 한국과 마주보는 있는 니가타(新潟)는 일본에서 가장 뛰어난 품질의 쌀을 생산하는 미곡산지이면서 주류회사만 103개나 되는 일본 전통청주 오 사케의 본고장.

니가타 앞바다에 떠 있는 사도(佐渡)섬은 오카나와(沖繩) 다음으로 큰 섬으로 고 도(鼓動)라는 북춤이 세계적으로 알려진 곳이다. 10여명의 연주자가 집단으로 큰 북을 연주하는 고도는 일본내 개막경기인 6월1일 아일랜드-카메룬전이 열리기 앞 서 월드컵 공식 문화행사로 전세계에 선보일 계획이다.

아울러 대회기간 동안 지역 곳곳에서 전통 가무극인 다키기노(薪能), 민속춤인 다 이민요나가시 등 문화예술행사를 벌이고 사사당고 등 특산품도 전시, 판매한다. 후지산과 '녹차 왕국'으로 유명한 시즈오카(靜岡)는 지방의 특색을 홍보하는 데 매달리지 않고 지구촌 손님들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이벤트를 마련한다는 것이 문화행사의 기본방향.

이런 방침에 따라 이 곳에서 경기를 갖는 카메룬과 독일, 벨기에와 러시아의 민요 와 국가를 부르는 이벤트를 마련중이고 경기장 인근의 가케가와(掛川)고성에서는 외국 관광객들이 전통 사자춤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대형 페스티벌을 열 계획이다.

시즈오카현 관계자는 "외국인을 먼저 배려한 다양한 행사 외에 주민들이 자발적으 로 작은 친절이란 의미의 '치이사나 신세츠'운동을 벌이고 있다"며 "이곳을 찾는 외국 관광객들은 잊지 못할 추억거리를 갖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월드컵 공동 개최국답게 한국 관련 문화행사도 풍성하다. 가장 다채로운 행사를 준비중인 곳은 일본 제2의 도시 요코하마(橫濱). 우선 눈에 띄는 공연은 4월 19일과 21일 가나가와(神奈) 현민홀에서 열리는 창작 오페라'춘 향'이다.

요코하마 거주 원로 음악가 다카키 도로쿠(97.高木東六)씨가 작곡한 194 8년 작품으로 초연 이후 한일관계 악화 등으로 무대에 오르지 못하다 54년만에 재 연되는 뜻깊은 공연. 춘향역에 일본인 성악가 고시코에 마미, 몽룡역에 한국의 최 상호를 캐스팅하는 등 두 나라 예술가들에게 골고루 역할을 맡겼다.

이밖에 시내 일원에서 '도시, 생활, 미래'를 주제로, '일본속 한국, 한국속 일본' 을 부제로 한국의 전통음식, 민속놀이, 패션쇼 등 다양한 이벤트가 줄을 잇는다. 또 30만 명 이상의 재일교포가 거주하는 오사카(大阪)에서도 '한국의 명품 보물전 '과'한일 궁중음악 교류연주회'그리고 '우루왕' 공연 등이 열린다.

요코하마 시청 오쿠보 기요시(大久保 擧志) 문화담당과장은"결승전이 열리는 요코 하마는 일본의 전체 개최지를 대표하는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며 "문화행사의 테 마는 한일 공동개최의 의미를 승화시키는 데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명직기자 jigi@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