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슈&르포-농협장선거 개선 목소리

농협 조합장 선거가 불법·타락 선거로 변질되면서 '이제라도 선거법을 즉시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농산물 가격 폭락과 뉴라운드 출범, 중국의 WTO가입 등으로 우리 농업의 장래가 불투명하다는 위기감까지 겹친 상황이어서 농민들의 지지가 갈수록 높아질 전망이다.

작년부터 지역별로 진행되고있는 경북도내 농협 조합장 선거는 이달말을 고비로 대부분 일단락되고 남은 5개 농협은 10월말까지 순차적으로 치러진다. 그러나 선거를 마친 상당수 지역이 금권 등 부정선거 시비로 얼룩진 가운데 일부지역에서는 수사기관의 조사가 진행중이거나 내사중이다.

의성지역의 경우 부정선거 시비로 현 조합장 1명과 운동원 10여명이 검찰에 사법처리 됐고, 김천지역에서는 선거전과 관련된 진정이 접수돼 검찰이 수사에 나서는등 선거 후유증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부 농협은 선거와 관련해 형사 문제로 비화되지는 않았지만 관련 직원 일부가 사표를 냈거나 인사에 불이익을 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농협장 선거의 후유증이 끊이지않고 선거때마다 계속되고 있는 것은 '농협장의 권한이 상당하고 보수 역시 만만찮기 때문'으로 농협 주변에서는 보고 있다.실제로 4년 임기의 농협장은 3천만원 안팎의 연봉에 판공비 성격의 지도사업비가 덧붙어 농촌지역에서 가장 실속있는 유지 자리로 꼽힌다.

게다가 농협장은 농산물의 직거래 등 유통·가공사업과 직원들의 인사·예산 등 권한이 큰데다 때로는 도의원이나 시·군의원으로 진출하는 든든한 발판이 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규모가 비교적 큰 농협의 경우 선거 경비로 수억원 이상을 써야 한다는 말은 오래전 이야기이다.

농협에 근무하는 직원조차 "선거비용 2억원으로 당선만 된다면 당장 사표내고 농협장에 도전하겠다"고 말할 정도다.

사정이 이런 가운데 농협의 장래를 위해서는 현행 선거법을 개정, 책임경영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농협 내부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이들은 "현행 농협장 선거는 농협을 망치고 지역·주민간 편가르기만 심화시킬 뿐"이라며 "농협장을 비상임·명예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들은 또 "현행법상 농협장은 인사를 전횡하고, 농협을 독선적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며 "농협경영은 간부들이 책임지는 책임경영제를 도입, 투명한 경영이 이뤄지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 장철수 경북도연합회장은 "현행 농협장 선거가 불법·타락선거로 전략한 것은 농협장이 갖는 막강한 권한 때문"이라며 "농협의 강제 통폐합과 농협장의 명예직 전환만이 불법·타락선거를 막을 수 있다"고 했다.

농협 경북지역본부 박규희 경영지원팀장은 "현행 선거법이 제도상으로는 별문제가 없으나 운영과정에서 일부 후보자와 유권자의 잘못된 생각과 자세때문에 빚어진 결과"라며 "본부차원에서 선거와 관련된 의견을 수렴, 적절한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천·강석옥기자 sokang@imaeil.com

의성·이희대기자 hdlee@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