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학.비문학 경계 허물고 공존

반세기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국내의 대표적 문예지 '현대문학'이 발행 중단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이다. 경영난을 덜어 보려는 원로 문인들의 성금모금 등 문예지 살리기 운동도 역부족인 모양이다.

'문학사상' 3월호가 창간 30주년을 맞아 해외의 주요 월간 문예지의 특징과 흐름을 국내 종합문예지의 위기극복을 위한 참고자료로 분석한 기획특집을 실었다.

◇영국

영국은 계간지나 월간지보다 '타임즈 문학판' 등 주간지 형태의 문예지가 더 중요하고 많이 읽힌다. 대표적인 월간지 '문학리뷰'(Literary Review)도 주간 잡지의 형태를 띠며 대다수 문예지가 소설보다 시 중심이다.

동인지 수준의 소규모 출판시대에 접어든 영국의 문예지는 규모가 작은 대신 무척 다양한 성향을 보여준다. 지방지의 활동이 활발하고 개성있는 문예지들이 많다. 전자잡지의 경향은 매스 미디어에 밀려있던 영국 문예지의 활로를 열어주고 있다.

◇미국

미국에는 우리나라와 같은 순수 종합문예지가 없다. 순수문학이 별도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일상 속에 또는 타 예술과의 상호연관 속에 공존한다. 따라서 미국의 문예지들은 문학과 비문학의 구분도 명백하지 않다.

우리의 '창작과 비평'에 해당되는 유명 문예지 '파티잔 리뷰'는 정치적 이슈를 다룬 글도 많이 싣고 있다. 이제는 인터넷의 보급으로 사이버공간상의 문학적 이슈 논쟁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어 기존 문예지의 역할을 이어갈 전망이다.

◇독일

독일에는 '문학과 정신사를 위한 독일 계간지'(슈투트가르트의 메츨러 출판사)와 같은 문학전문 학술지와 계간지'호렌'을 비롯한 대중적 문예잡지가 공존한다. 최근에는 정통 문예지 외에도 문학과 사진 또는 문학과 영화 등 인접 장르들을연결한 포스트모던 문예지들까지 나와 문예지 출판이 더욱 다양해졌다.

전통을 지켜나가면서 시대와 상황에 맞는 변화 추구에도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독일의 문예지들은 철저한 계획과 준비를 거쳐 부지런히 실행에 옮기는 독일인들의 특성을 반영하며 계속 발전해 나갈 전망이다.

◇러시아

위대한 문학의 모태였던 러시아 문예지의 장래는 제정과 소비에트.고르바초프의 개혁.소련 붕괴.자본주의화를 거치면서영욕을 거듭해왔다. 실용적인 지식과 비즈니스 마인드 추구에 급급한 독자 의식의 변화로 문예지의 장래는 일단 어두워 보인다.

그러나 모스크바와 페테르부르크에 집중됐던 문단활동이 지방도시로 확산되면서 지역 문인들의 대표작만을 엄선 발표하는 수준높은 무크지(Nestolichnaya Literatura)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사회개혁의 급류에 휘둘리며 방향을잃었던 문예지들이 지방을 토대로 새로운 활력을 탐색해가고 있는 징후이다.

◇일본

일본의 주요 문예지는 월간 '신조'(新潮)와 '군상'(群像).'문학계'(文學界) 등으로 올 신년특별호와 신춘특대호에서 보듯 다양하고 폭넓은 시사.교양문제에 큰 비중을 두기도 한다.

읽히는 잡지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편집 방향을 모색하고 문예지별 각종 신인상.문학상을 제정해 신인발굴에도 노력하며 중.단편을 일거에 게재하는 방식을 취하기도 한다. 일본 문예지들은 각종 영상매체와 웹진의 대두에도 불구, 종이책으로서의 순문예지가살아남을 여지는 충분하다는 전망이다.

문학사상 편집진은 "세계 각국의 문예지들도 순수문학 독자들의 격감으로 침체일로를 걷고 있기는 마찬가지"라며 "전통과 다양성의 조화와 독자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웹진발행과 장르별 전문성 확보 노력 등으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