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어린 자식을 두고 차마 돌이킬 수 없는 길을 떠난 어머니에 대한 눈물 때문입니다. 그 애잔한 생명이 별탈없이 한세상을 살았다는 보고서이지요".
자신의 인생유전과 공직생활담을 '어머니 그 따뜻한 이름'(도서출판 애드카이사)이란 한권의 책에 담은 신태근(74.전 의성군수)씨. 그는 이 회고록에서 유년시절의 초상과 어머니를 잃었던 슬픈 6월의 얘기를 시작으로 지난 삶을 떠올렸다. "성찰은 고난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신씨는 힘겹고 버겁던 고비 길마다 어머니를 생각했다고 한다.
경북 의성 봉양에서 태어나 다섯에 어머니를 여의고 중학교때까지 일제의 교육을 받았던 소년. 해방후 혼란의 와중에 안동농림학교에서 퇴학을 당하기도 했고 6.25 전쟁 때는 인천상륙작전에 참가했지만 자유당 정권의 반정부분자로 몰려 8년 만에 대학(경북대 농대)을 졸업하고도 취직조차 못했던 청년.
보릿고개 시절 농촌지도소 근무를 시작으로 대구시 남구청장과 녹지국장에 이어 울릉.상주.달성.의성군수를 역임하는 등 33년간의 공직생활 대부분을 오로지 식량증산과 산림녹화에 열정을 쏟았다.
쌀밥과 고깃국을 한껏 먹어보는게 소원이었던 이 땅에서 가난을 몰아내고 녹색혁명을 이룩하는데 신명을 다한 전직 군수는 이제 공직자로서 여한은 없다고 한다.대구녹화의 산 주역이었던 그는 요즘 시가지 일대에 심었던 나무의 켜켜이 굳은 껍질을 보며 무던히도 빠르게 스쳐간 세월을 헤아려 본다. 외국 농산물에 휘둘려 제 구실을 잃어가는 논밭을 보면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격동의 세월을 헤쳐나온 그의 굴곡진 삶은 그냥 흘러간 한 세대의 잊혀진 이야기에 불과할까. 조국 근대화에 신명을 다했던 한 공직자의 산 증언에는 오늘날 해이한 공직사회에 던지는 죽비가 있다. 앞부분의 질박한 문장과 '일이 있으면 행복할 수 있다'는 말미의 글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 회고록이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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