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량도 산행

3월도 한가운데. 봄기운은 어느새 발 밑까지 파고들었다. 벚꽃이 예년보다 1주일이나 빨리 필것이란 예보와 함께 반도 곳곳이 겨울 움츠림에서 벗어나느라 한껏 기지개한다. 그중 반도에 봄기운을 가장 먼저 전해주는 남쪽 바다는 그 망망천지가 봄기운에 못이겨 넘실댄다. 검푸른 바다에 생명이 꿈틀거린다.

사량도(경남 통영시 사량면) 윗섬의 지리산(398m)은 계절의 변화를 한눈에 느끼기에 제격이다. 만만한 높이지만 능선 양쪽으로 한려수도가 펼쳐져 그 어느 명산 못지 않은 경치를 펼쳐 보인다. 때문에 매년 이맘때면 육지의 산꾼들이 앞다퉈 찾는 곳이기도 하다.

통영에서 사량도로 향하는 뱃길에서 만나는 봄. 희뿌연 해무 속으로 보이는 징검다리같이 점점이 놓여진 섬은 그 자체가 환상이다. 갑판 위로 스치는 바닷바람의 차가움 정도는 모자 달린 겉옷하나면 충분하다.

배는 금평항에서 내리지만 정작 산행은 섬 반대쪽 돈지에서 시작하는 게 좋다. 금평항에서 통영으로 돌아가는 뱃시간에 맞추기 위해서다. 금평에서 돈지까지 마을버스(1,600원)가 운행되며 15분 거리다.

산행은 돈지~지리산~불모산(399m)~옥녀봉(261m)~금평항(진촌)으로 이어진다. 400m도 안되는 산이라고 얕보다간 큰코 다친다. 약 7㎞구간의 섬 종주에 5시간 정도 소요될 만큼 까다롭다. 산행 들머리는 사량초등학교 돈지분교. 분교앞에서 왼쪽으로 돌아 40분 가량 오르면 주능선에 선다.

바다를 기대하며 오르는 길이라서 그런지 모두들 마음이 급해진다. 헐떡이며 오르다보면 배위에서 느꼈던 해무와 다도해의 환상이 사라지고 현실로 돌아온다.

능선에 오르면 돈지항의 평화스러운 모습과 한려수도의 수많은 섬들이 한눈에 확 들어온다. 어쩔 수 없이 다시 환상에 빠진다.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섬과 섬이 이어지고 흩어지고를 반복한 다도해의 풍경화가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여기서부터는 칼날 능선 좌우로 펼쳐지는 바다 풍경은 산행이 끝날 때까지 시야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삐죽삐죽 솟은 돌산과 눈앞의 절벽만 신경쓰다간 이 환상적인 풍경을 놓치기 일쑤.

중간중간 전망좋은 바위에 앉아 뒤를 돌아보는 여유를 가져봄직 하다. 사람 사는 인생 또한 이러하지 않을까. 주의할 점은 욕심을 버리라는 것. 무엇하나 버릴게 없는 경치에 욕심을 내다간 배시간을 놓치기 일쑤다.

이곳부터 지리산까지는 1시간거리. 맑은 날 지리산이 보인다고 해서 지리산(지리망산)으로 불리는 이 산은 특히 대구경북의 산꾼들을 많이 불러 모으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하루 산행으로 바다와 등산, 10여m의 세미클라이밍을 맛볼 수 있는 최적의 코스이기 때문이다.

지리산~불모산~가마봉~옥녀봉까지는 곳곳에 좁고 날카로운 바윗길이 있어 위험하다. 자만은 금물. 위험코스마다 우회로가 있으므로 초보자는 반드시 우회코스를 택해 산행을 하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추락지점'을 알리는 경고판도 눈여겨 봐야 한다. 전체가 하나의 바위인 옥녀봉에 오르기 어려운 사람은 옥녀봉 바로 못미쳐 우측으로 난 길을 따라 하산하면 된다. 하산때까지 내내 바다와 숲길, 암벽이 어우러져 힘들다고 느낄 겨를이 없다.

사량도 지리산 산행의 멋과 맛을 모두 즐기기 위해서는 하산후의 싱싱한 회가 으뜸이다. 선착장 부근 식당에서 3만원이면 네 명이 땀을 식히며 능선 종주의 희열을 곱씹을 수 있다. 가족들과 함께 왔거나 등산이 부담스럽다면 자동차로 섬을 일주하는 것도 후회하지 않는 선택이 될 것이다.

늦은 오후 사량도에서 돌아오는 배위에서 보는 석양은 뱃길여행의 보너스. 좀전에 힘들게 종주했던 사량도 산너머로 지는 해를 보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다. 하지만 일행들과 소주잔이라도 기울이다간 자칫 마지막 묘미를 놓칠 수도 있다.

봄이 상륙한 사량도는 아직 겨울 흔적이 남아있는 뭍과는 딴판이다. 이미 산허리 중간중간 진달래가 꽃망울을 터뜨렸고 바위 산길 곳곳 들꽃들도 섬을 꾸며놓았다. 사량도에 가면 분명 가슴가득 봄을 안을 수 있다.

박운석기자 stoneax@imaeil.com

▒가는길=사량도로 가는 배편은 통영여객선터미널과 사천에서도 있으나 차량을 싣고 갈 수 있는 사량호부두(055-647-0147.통영시 도산면 저산리)를 이용하는 것이 편하다.

통영시내에 진입하기 전 도산면삼거리서 우회전한 후 저산 방향으로 10분쯤 달리면 부두가 나온다. 대구~구마고속도로~서마산IC~통영 2시간30분. 사량호부두~사량도 금평항 40분(1인 3천원, 승용차 9,700원, 승합차 1만4,500원). 오전 9시30분 배편에 맞추려면 대구서 오전 6시 30분 이전에 출발해야 한다.

▒특산음식=돌아오는 길 통영에서 꼭 맛봐야 할 것은 통영김밥(충무김밥). 주꾸미.갑오징어 무침과 무김치를 곁들여 먹는 맛이 별미. 통영 여객선터미널 앞 부둣가에는 저마다 원조 이름을 붙였다.

통영은 지난 9일 굴축제를 열었을 만큼 전국에서 굴이 가장 많이 생산되는 주산지다. 시내 전역에서 다양한 굴요리가 있으나 굴수협이 지원하고 있는 전문식당 향토집(055―645―4808)이 좋다. 굴요리 전체를 맛볼 수 있는 풀코스의 경우 1인 2만원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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