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바뀌는 문화코드

'문화의 코드가 바뀌고 있다'.원시공동사회에서 예술은 하나였다. 시와 음악이 하나였고 춤과 옷이 따로가 아니었다. 그 때의 문화나 예술을 '원시종합예술'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세월이 흐르고 인간의 삶과 예술이 여러 장르로 분화되면서 하나였던 예술은 더 이상 하나일 수 없을만큼 '전문화'돼 버렸다. 심지어는 예술의 순수성, 전문성이 고착화되면서 대중들은 '대중예술'이나 '대중문화'란 특별한 코드만을 향유하도록 요구받고 있다.

그러나 장르별로 분화돼 왔던 문화.예술계에서 '퓨전'이란 이름의 작은 반란이 힘을 얻고 있다.2002 대구국제섬유박람회(PID)와 함께 개최된 PID월드패션페스티벌 행사에는 패션과 다양한 공연예술이 날숨과 들숨처럼 어우러졌다.

봄비가 촉촉히 내린 14일 오후 4시. 대구시 북구 산격동 한국패션센터 야외 특설무대에서는 앙드레 김 패션쇼가 끝나자 지역의 록 밴드 'Jeims'가 자작곡 '니 생각날 때'를 열창했다. 강렬한 사운드와 빗 속에서의 열창은 우산을 받쳐든 사람들을 하나 둘 끌어들여 어깨와 다리를 흔들도록 했다.

이번 공연을 기획한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예사모)은 '패션, 그리고 난장 vol.2'을 주제로 패션과 공연예술의 접목을 시도했다. 전충훈 예사모 사무국장은 "대중들에게 즐거움을 준다는 목적으로 패션쇼와 공연이란 서로 다른 문화 행사를 한 자리에서 마련했다"고 기획 취지를 설명했다.

행사 첫날에는 경북대 풍물연합회의 '길놀이' 공연을 했고 15일 오후에는 국악을 하는 랑 예술단과 록밴드인 'Wim'이 '아리랑'과 '아름다운 강산'을 협연, 축제의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또 힙합 그룹 'MHIS'와 'B-boys' 2개 팀이 랩과 현란한 춤으로 패션쇼를 보러온 관객들에게 이채로운 볼거리를 선사했다.

패션쇼장에서도 신선한 충격은 이어졌다. 디자이너가 만든 작품을 입은 5쌍의 남녀 춤꾼들이 차차차, 룸바, 삼바, 자이브 등 라틴댄스를 열연해 관객들을 정열의 도가니로 몰고 갔다. 쇼가 막바지에 이를 때 록 그룹 'Jeims'가 무대에 뛰어 올라가 일본 음악 '루나시에', '투나잇'을 연주, 피날레를 장식했다.

20여분 동안 진행된 최복호 패션쇼는 모델만이 디자이너의 옷을 선보인 게 아니었다. 라딘 댄스를 춘 사람, 록 그룹 멤버들도 모델이었다.

최복호씨는 "패션쇼의 기존 틀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장르를 접목시켜 관객들이 참가하고 즐길 수 있는 쇼를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패션계 일부에서는 최씨의 패션쇼에 대해 현란한 춤동작, 고음의 록 공연으로 패션쇼가 산만하게 진행됐으며 관객들의 관심을 패션작품보다 댄서나 록그룹 공연에 뺏겼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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