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풍기인삼 양직묘 생산 6년만에 성공

'인삼농사는 묘삼이 반(半)농사'. 고품질의 인삼(4~6년근)을 생산하려면 그만큼 우량 묘삼이 중요하다는 뜻이다.좋은 묘목이 있어야 우수한 나무가 자라듯 인삼 농사에서 묘삼은 성패를 좌우하는 관건이다.

국내 첫인삼재배지(1541년 이후)이자 세계적인 명성의 인삼 산지로 유명한 풍기에서도 그동안 묘삼을 생산하지 못했다.때문에 매년 묘삼 구입비로 경기도 포천.용인 등지로 50여억원이 유출돼 왔다.

이번에 영주시와 경북대 협력 선진화기술개발연구소가 인삼 양직묘(벼농사에서 모를 가꾸듯 약토를 섞은 양질의 밭에서 묘삼을 키우는 것. 인삼밭에 옮겨심을 수 있는 양질의 묘삼 생산률이 70%에 이른다)의 시범 포장에서 처음으로 우량 묘삼을 수확한 것은 그간 지역 인삼재배농들의 숙원사업을 해결한 것이다.

이전에 지역 인삼농들은 매년 여름마다 포천과 원주까지 찾아가 웃돈을 줘가며 양직묘를 계약했다.이들 지역에서 구입한 묘삼도 비료 살포 등으로 품질보증이 어려웠다. 옮겨심고 나면 재배 도중에 썩기도 했고,품질이 떨어지는 붉은삼이 나오는 경우도 많았다. 결국 인삼의 경쟁력을 떨어트리는 요인이 된 것.

이러한 농민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영주시와 경북대는 지난 96년부터 선진화기술개발연구소(소장 정재동 경북대 교수)를 설치하고 본격적인 연구에 나섰다. 지난 99년까지 4년간 시비 1억1천만원을 투자해 양직묘 생산기술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또 양직묘 생산에 필수적인 마사토 생산지3곳을 발굴, 보급기반을 갖췄다. 지난 97년에는 국비 10억원을 지원받아 영주 안정면 용산리에 5만578㎡의 묘삼 시험포장을 조성했으며, 2000년 시험포장 3곳에 인삼재배농 15명이 양직묘를 파종, 16개월 만인 이달 드디어 인삼 양직묘를 첫 수확하게 된 것이다.

시험포장에서 양직묘를 생산한 박광신(49.풍기 금계리)씨는 "20여년간 인삼농사를 지으며 매년 웃돈까지 주며 양직묘를 구입해 왔다"며 "이번에 재배한 양직묘의 작황이 매우 좋아 인삼밭 1만4천칸에 심을 묘삼을 생산했다"고 만족해 했다.

올해 첫 수확한 양직묘는 본포 40~50ha에 옮겨 심을 수 있는 양이다. 지역 인삼재배농들이 옮겨다니면서 심는면적(영주.예천.봉화.제천 등)이 연간 250여ha인 점을 감안할 때 필요한 묘삼 중 25%를 자체 확보하게 된 셈이다.정재동 선진화기술개발연구소장은 "양직묘 생산기술이 시범포장을 통해 현지 농민들에게 곧바로 이전됐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평가했다.

영주시는 지난해 본포 80~100ha에 옮겨심을 수 있는 양직묘(2만칸)를 파종했고, 올해는 3만칸에 파종할 계획이다. 양직묘를6만칸 정도로 심게 되면 풍기권역의 인삼재배에 필요한 양직묘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전망이다.

그러나 아직 문제도 남아있다. 양직묘 재배를 희망하는 농가가 늘어나면서 인삼재배에 적합한 원야토를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한다. 전량 중국에서 수입하는 거름도 넉넉히 확보해야 한다. 기술정착을 위해 행정지원도 계속돼야 한다.

영주. 김진만기자 fact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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