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슬픔에 잠긴 울릉 죽도

경북에는 섬이 몇개나 될까. 자그마치 46개. 이중 사람이 사는 섬은 몇 개일까? 십중팔구 1개(울릉도), 아니면 2개(울릉도, 독도)로 답하기 일쑤다.

유인도는 정확히 3개. 뭍에 사는 이들에게는 낯설겠지만 울릉도와 독도 그리고 울릉도 바로 곁에 자리잡은죽도(일명 대섬·사진)가 바로 그들이다.

매서운 바닷바람을 막아주는 대나무숲 덕분에 붙여진 이름 죽도. 지하수가 없어 빗물을 모아 식수와 생활용수로 써야 하는 이 척박한 섬을 30년 넘게 지켜온 이가 바로 김길철(54)씨 가족들. 지금은 김씨와 장남 유곤(34)씨 둘 뿐이다.

한달 전만 해도 세식구였지만 지난달 15일 김씨의 부인이 산나물을 캐던 중 그만 발을 헛디뎌 바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뒤 해가 지면 죽도엔 외로움만 가득하다.30여년전 울릉도에서 혼자 쪽배를 타고 오가며 꽃도 심고 농장도 일구던 김씨는 어느날 문득 버려진 땅 죽도에가족들과 정착했다.

"아들 둘에 딸 다섯을 낳았으니 자식 복은 많았지요. 80년대 중반쯤엔 3가구가 더덕과 소를 키우며 오순도순 살기도 했습니다.딸들은 대구며 서울로 시집가고, 아내는 갑자기 하늘로 떠나고… 큰아들 장가라도 보내야 할텐데".

김씨네 30여년 가족사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죽도는 외지인들이 몰려드는 관광철로 접어들면 또다른 모습을 드러낸다. 울릉도 도동항 뒷산에서 한 눈에 건너다 보이는 죽도(울릉읍 도동1리 2번지)는 마치 물개가 꿈틀대는 듯하다.

도동항에서 유람선을 타고 20여분. 깎아지른 절벽에 365개 계단을 지나면 넓직한 평원이 펼쳐진다. 면적 6만2천여평, 높이 106m. 울릉군이 지난 93년관광지로 지정한 뒤 선착장, 나선형 진입로, 유채꽃 단지, 전망대 낚시터 등이 갖춰졌다.도동항에서 하루 5차례 유람선이 다닌다.

왕복요금 5천원과 입장료 1천200원이면 아름다운 죽도와 정많은 김씨네 가족을볼 수 있었다. 이제는 김씨 부자만 남아 외롭게 섬을 지키고 있다. 이러다간 또 죽도가 무인도가 되지 않을까 인근주민들의 걱정이 파도소리에 그저 철썩일 뿐이다.

울릉·허영국기자 huhy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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