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한국 행을 요구하며 주중 스페인 대사관에 진입한 후 필리핀으로 추방됐던탈북자 25명이 18일 서울에 도착했다. 언론들은 연일 이들의 사연과 탈북 과정, 탈북을도왔던 민간단체 이야기로 호들갑을 떨었다. 한국내의 이런 호들갑에 중국 정부는상당히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급기야 중국 당국은 외교경로를 통해 "사태가 조용하게 처리되지 않아 앞으로 협조를 하고 싶어도 어렵게 됐다"는 입장을 우리 정부에 알려왔다. 탈북자 문제와 관련, 한국과 중국 정부 사이에 가장 큰 인식의 차이를 보이는 점은이들의 '인권'이다.
중국 정부는 기본적으로 동북 3성 일대에 체류중인 탈북자들을 '정치적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이들은 단지 배고픔을 면하고 더 나은 생활을 찾기 위해 잠시 북-중 국경을 넘어 중국 영토로 들어온 불법 체류자일 뿐이다. 또 언젠가는 가족이 기다리는 고향(북한)으로 돌아갈 사람들이라고 믿는다.
반면 우리 정부와 민간단체들은 이들이 북한의 압제를 피해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었으며 마땅히 '따뜻한 나라' 한국으로 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국 정부는 이들 탈북자들의 탈북 이유가 굶주림 탓인만큼 굳이 이들을 대대적으로 단속하지 않는다. 다만 지난해 장길수군 가족 문제나 이번 25명의 스페인 대사관 진입, 탈북자와 중국내 조선족과의 다툼, 탈북자 내부의 불협화음 등이 불거질 때에 한해 불가피하게 단속에 나서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과연 어느 쪽이 북한을 떠나 떠도는 탈북자들의 인권을 진정으로 위하는 길인지 짚어 보아야 한다. 호들갑 속의 한국행일까, 조용한 가운데 식량난 해결일까. 한 탈북자는 "중국 공안에 쫓기지만 않는다면 한국이든 중국이든 상관없다"고 말한다. 적어도 중국생활이 우리가 아는 것처럼 살얼음판 위를 걷는 사투는 아니라는 말이다.
민간단체의 일사불란한 작전 지휘 아래 주중 스페인 대사관에 진입한 25명의 탈북자들은 서울행의 꿈을 이룰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요란한 잔치 덕분에 지금 이 순간에도 북한과 중국 국경을 넘는 굶주린 북한 주민과 제 3국 체류중인 20만∼30만으로 추정되는 탈북자들의상황은 더 나빠졌다.
중국 정부가 지난 18일 동북 3성의 탈북자와 탈북자 지원 단체에 대한 대대적 단속을 명령한 것은 이를 잘 증명한다. 인도주의라는 이름아래 탈북자들을 돕는 민간단체들은 어떤 방식이 진정 이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길인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런 식의 호들갑이 아니더라도 지난해에만 600명에 가까운 탈북자가 한국 땅을 밟았다.
조두진기자 earf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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