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말에세이-삶은 곧 예술

흔히들 미술이나 음악이라고 하면 아무나 할 수 없는, 그리고 우리들 일상생활과도 거리가 먼 매우 특수한 분야라고 생각하고 있다. 과연 예술은 특수 전공자들만이 향유하는 걸까?

예술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미술관이나 박물관, 음악회나 공연장에서 행해지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이런 생각은 예술에 대해서 초보적인 수준의 인식잘못에서 비롯된 첫째의 오해이다.

왜냐하면 우리들 삶 도처에서 예술이 행해지고 있어서 삶은 곧 예술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예술하는 사람이 따로 있어서 예술은 소위 그들 예술인만이 누리는 전유물이 결코 아니다.한번 생각해보자. 예를 들어 책상 위에 지저분하게 흩어져 있는 책이랑, 연필 등을 보기 좋게 가지런히 정돈하는 행위도 따지고 보면 훌륭한 예술적인 행위이다.

여기에는 벌써 주변을 아름답게 꾸미려는 의식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안을 정리하는 것, 출입문 쪽의 신발을 가지런히 하는 것, 이 모두가 예술적인 행위로써 그 행위 속에는 나름대로 멋진 미의식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생활속의 예술행위

나아가서는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빗으로 손질하는 것, 심지어는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 인상을 펴고 미소지어 보이는 것 따위도 두 말할 나위 없이 예술성이 발휘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상대방 듣기 좋게 소곤소곤 속삭이며 말을 건네는 것과 같은 행위에조차도 이미 아름다움을 지향하는 인간 본능의 예술성이 작용하고 있다.

하물며 집안에 꽃을 가꾸고 식탁 위에 백합 한두 송이 마련하거나, 벽에 그림을 걸어두고 보는 행위 따위는 부연할 필요도 없는 훌륭한 예술적인 행위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들 일상의 행위 속에서 예술성 즉 예술적인 미의식이 작용하지 않은 것이 있을까? 다시 말하면 우리들 삶 자체에 예술성은 지극히 일상화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누구나 갖고 있는 멋진 예술성을 더욱 발현되도록 하면 할수록 우리들 인생은 더욱 아름다움과 세련미의 풍요 속에서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됨은 너무나 당연하다. 이처럼 우리 인간은 누구나 멋진 예술성을 이미 하늘로부터 하사받아 그 속에서 생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자각하지 못하고 본인은 예술과는 아예 거리가 먼 인생이라고 단정해버리는 오해의 늪에 빠져 있다.

그런데 음악이나 미술 등 예술작품이란 것이 우리생활에 왜 필요할까? 누구나 내면에 소유하고 있는 예술성 정도로도 충분한 것이지, 그런 예술품이 없어도 삶을 영위하는데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는 필요이상의 사치품이 아닌가? 이런 의문은 예술작품에 대한 가치나 기능에 관한 문제이다. 우리 생활에 베토벤의 음악이나, 겸재 정선(鄭敾)의 그림, 추사(秋史)의 글씨가 없어도 삶을 영위하는데 그렇게 문제될 것이 없지 않겠는가 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둘째로 큰 오해이다. 이에 대한 회답은 간단하다. 인간이 동물적인 수준에 머물러 빵만으로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예술작품은 불필요하다. 그러나 인간이 최소한 동물과는 다른 차원에서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예술작품은 없어서는 안된다.

◈풍요로운 인생 만들어

인간이 동물과 크게 다른 점은 역시 '생각하는 갈대'란 점이며, 이 생각(思惟)의 작용으로 인하여 내일이 오늘과 다르게 되고 있다. 이것이 다른 동물에서는 찾기 어려운 것으로써 소위 '발전'이란 것이며 곧 '문명'인 것이다. 한마디로 인류의 발전이란 물질적인 풍요로움과 더불어 정신적인 풍요로움에의 지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정신적인 풍요를 가져다주는 주요요소가 바로 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예술이란 다름아니라 인간 영혼이 깃들어 쉴 수 있는 궁극적 안식처를 구하는 작업에서 빗어진 산물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미술품으로, 음악으로, 혹은 시로, 연극이나 영화 등으로 다양한 장르를 통하여 발현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다움에의 지향은 곧 예술에의 지향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인생은 예술이다'라는 명제가 가능하다.

여기에 빠뜨릴 수 없는 중요전제가 있다. 맑은 물이어야만 얼굴이 제대로 비추어지듯이 어느 예술장르이든 그 바탕은 '마음의 순수성'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전제이다.

그러므로 예술화한 인생은 세속의 땟물을 씻어서 가급적 '순수함'을 유지하여야 하는 것이 대전제로 되며, 마음을 맑게 하면 할수록 우리 영혼의 안식처인 예술이 깃들 수 있는 가능성이 더욱더 높아지는 것이다. 예술은 곧 순수함에의 지향이기에.

이중희 계명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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