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보충수업…공.사교육 충돌-내실화 하려면

공교육 내실화를 위해 부활하려는 보충수업이 오히려 학교 붕괴를 가속화하리란 우려가 커지면서 수업 효율화, 자율 선택권, 외부강사 활용 등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가장 먼저 제기되는 문제는 수업 방법. 교사들은 정규 수업과 달리 학생 개개인이 원하는 수준과 영역이 다 다른데 이를 무시하고 획일적으로 보충수업을 실시하는 것 자체가 비교육적이라며 수업 여건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한 고교 교사는 "학생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려면 보충을 희망하는 영역에 따라 인원을 소수화하고 수준에 맞춰 수업해야 하는데 현재 학교 여건으로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경북고 성훈 교장은 "평준화를 해제하는 게 어렵다면 학교 내 수준별 수업을 실시하는 게 공교육의 경쟁력과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길이며 보충수업 역시 마찬가지"라고 했다. ㄷ고 관계자 역시 "교과 관련 특기.적성 교육은 이미 수준별로 실시중이며 앞으로 더욱 세분화해 보충수업 효율을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했다.

학생들의 경우 완전한 자율 체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셌다. ㄱ여고 한 3학년생은 "원하는 학생도 있고 원치 않는 학생도 있는데 전체적으로 강제실시하면 모두가 손해를 본다"면서 "학원보다 싸다고 하지만 도움이 안 되는학생들까지 억지로 시킨다면 부작용이 엄청날 것"이라고 했다.

전교조 관계자는 "정규수업 후에는 학생들의 소질과 적성에 맞고 스스로 원하는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특기.적성교육을 정상적으로 운영하는게 공교육의 경쟁력을 높이는 올바른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학부모들은 이번 기회에 학교의 문을 열고 진정으로 사교육과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직 교사 이모(51.달서구 용산동)씨는 "수업과 업무 처리에 지친 교사들에게 맡기느니 외부 강사를 활용하는 편이 낫다"면서 "또한 대학처럼 학생이 듣고 싶은 과목과 교사를 선택할 수 있어야 만족도도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일신학원 윤일현 진학지도실장은 "이번 공교육 내실화 방안은 학교 교육이 얼마나 개방적인 체제로 바뀌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보충수업만이라도 학생들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외부 강사 초청, 강의평가제 도입 등을 통해 수요자 중심 교육으로 바꿔야 한다"면서 "학교 관계자들의 이같은 발상 전환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결국에는 사교육만 더 비대하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보충수업 부활을 골자로 하는 교육부의 이번 발표는 사교육비에 힘겨워하던 학부모들에겐 반가운 소식이지만 공교육이 다시한번 시험대에 올랐다는 점에서 향후 상황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학교 교육이 제자리를 찾느냐, 아니면 획일성을 벗어나지 못한 채 사교육에 완전히 주도권을 뺏기느냐는 결국 이를 추진하는 교육 당국이 교사, 학생, 학부모의 요구에 얼마나 귀기울이느냐에 달렸다고 교육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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