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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영혼의 휴식 같은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우연히 테너 김무중 독창회에 가게 된 것이다.신문에 조그마하게 난 기사를 보고 갔는데 어쩌면 '겨울나그네'란 제목에 이끌렸던지 모르겠다.

마음 저 밑바닥에 가라앉아 있던 묵은 기억이 나를 인도했던 것도 같다.대학 졸업 후 당시만 해도 교통이 매우 불편했던 예천에, 교사 발령이 났다. 태어나서 처음 부모님 곁을떠나 겉으론 태연한 척했지만 내심으로는 그 나이의 처녀답게 바뀐 상황에 떨고 있었다. 나는 어둠에 갇혀질식할 것 같았던 시골의 밤시간들을 슈베르트를 들으면서 이겨냈다.

시골 도이치의 음울한 정취가 낮게 드리워지는 단조음의 그 곡들. 가장 고독한 시간에 들었던 슈베르트를, 다시 들어 보고 싶어서였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모인 청중이 대부분 음대생 내지 음악과 관련된 사람들이라 그런지 분위기가 좋았다. 스물 네 곡의 연가곡이불려지는 동안 휴대 전화벨이 울리지 않았고 중도에 나가는 사람도 없었다.

청중들도 낮지만 진지한 그 분-가수-의 음성에 매료되어 북구 도이치의 우울한 낭만이 흐르는 동안 낮은 기침도 조심스러워 했다. 반주자의 성성한 백발은, 연륜이 풍겨 나는 진지함으로 인해 청중을 더욱더 깊이 곡 속으로 끌어들였다.주최측에서 미리 당부는 했지만 천박한 박수를 터뜨리지도 않았고 플래시를 번뜩이지도 않았다.

나는 이 연주회가 바로 산소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흡족한 시간 후에 집으로 돌아가 정말 달콤한 잠에 빠질 수 있었으니까.주차장이 널찍하고 공짜라서 빈자리가 없을 줄 알았다. 문화인이라고 자처하는 부류들은 어디로 갔을까. 앞자리의 빈 좌석들을 보면서 이런 현상들이 왠지 왜곡된 입시교육의 결과인 것 같아 씁쓸했다.

고급문화는 돈, 시간과 함께 어거지라고 할 강제가 들어가지 않으면 생산도 소비도 익숙해지기 힘든 부분이 있다. 고등학교 시절, 고전음악 감상으로 지독하게 우리를 볶아대셨던 음악선생님이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그 분이 아니었다면 문화라곤 불모지나 다를 바 없었던 곳, 변두리 출신인 내가 이런 고급 음악을 향유할 엄두도못 냈을 것이다.

경북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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