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 왕인(王仁) 박사가 일본에 한문과 유학을 가르치기 위해 논어와 천자문을 갖고 영암 상대포(上臺浦)를 출발한 것은 4세기 무렵이었다. 경서에 통달한 그는 곧 일본 아스카문화를 꽃피운 큰 스승으로 자리잡았으며 지금도 일본 사상의 성인으로 추앙받고 있다.
오사카 히라카타시에 있는 왕인 박사 묘 안내판에는 그를 '고대 학문의 시조'로 표현하고 있다. 이후 많은 학자와 기술자가 잇따라 도일, 일본을 깨우칠 정도로 한일 문화교류는 1천700년전부터 이렇게 폭넓게 대규모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후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왜침(倭侵)은 양국 교류에 '철의 장막'을 드리웠고 근대화 과정에서 오로지 힘의 논리만 작동한 것은 비극이었다.
21세기 '세계화'의 모퉁이를 한참이나 돌아나온 이 시점에서도 일본문화의 국내개방을 두고, 또는 일본 교과서나 신사참배 문제에 대해 서로의 감정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것은 역사가 주는 교훈이다. 그러나 문화의 흐름을 누가 막을 것인가. 일본 드라마에 마침내 한국말이 거침없이 방영되기 시작한 것이다.
▲일본 후지TV가 지난달 29일 방영한 드라마에서 남녀 주인공이 대사의 절반 이상을 한국어로 구사해 화제다. 한국배우가 아닌 일본배우의 입에서 한국어가 자연스럽게 나온 것은 일본 드라마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줄거리는 일본 여자가 한국·일본 남자와 더블 데이트를 한다는 다소 과장되고 코믹한 것이지만 영화 '철도원'에서 열연한 히로스에 료코가 여주인공으로 나와 한국어 발음을 달달 외워 어색함이 없을 정도로 대사를 전달했다니 한국을 이해하려는 노력에 수긍이 간다.
▲특히 한국남자는 무뚜뚝하지만 박력이 있고. 일본남자는 어린애같지만 자상하다는 쪽에 포커스를 맞춰 '일본여성, 한·일 남자 중 누굴 택할까'를 화두로 던진 것은 미묘한 양국 남성의 특성을 문화적 접근으로 그 실마리를 풀어내려는 야심찬 기획 의도로 받아들여진다.
지난해 1월 일본 도쿄시내 전철역에서 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이수현씨의 용기는 일본열도를 울렸다. 재일동포 작가 유미리씨는 외할아버지의 고향에서 마라톤을 완주하고 양국 신문에 공동으로 소설을 집필하고 있다.
이제 양국간 역사의 벽은 허물어지고 있다. 양국의 문화를 알리려는 이같은 콘텐츠 개발이 '이웃 사촌'의 지름길이 될 것이다.
윤주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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