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금줄'은 우리 선조들의 지혜와 남아 선호 사상을 말해 준다. 저항력이 약한 신생아와 산모을 보호하려는 금줄에 걸린 붉은 고추는 행인들이 흐뭇해 할 만큼 위풍당당했다.
빈부 격차나 신분의 고하, 지역을 가릴 것 없이 새끼줄에 빨간 고추와 숯.솔가지가 매달렸으면 아들이고, 숯과 솔가지만 걸리면 딸이었다. 솔가지는 생명의 상징이고, 숯은 정화(淨化)의 의미를 가졌으며, 붉은 색은 악귀를 쫓는다고 믿었으므로 남아 선호 사상이 어느 정도였나를 짐작케 한다.
▲지금은 부모의 성을 함께 쓰는 바람이 이는 등 세상이 많이 달라졌지만, 그 깊은 뿌리는 여전히 남아 있는 것 같다.오로지 '아들'이라는 목표를 향해 인생을 걸고 있는 여성들이 없지 않다. 온갖 비법을 동원하고, 뱃속의 딸을 없애서라도 아들 낳기를 바라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딸만 낳은 어머니는 고통을 넘어 대를 잇지 못한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경우마저 없지 않을 것이다.
▲'아들보다 딸이 어머니의 장수에 도움이된다'는 200여년 전 유목민 가족에 대한 조사 보고서가 나와 화제다. 핀란드 투르쿠대 사물리 헬레 교수는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최신호를 통해 1640년에서 1870년까지 스칸디나비아 반도에살았던 유목민 사미(Sami)족에 대한 기록을 분석한 결과 아들은 한 명당 어머니의 수명을 평균 34주씩 단축시키고, 딸은23주씩 연장시킨 것으로 나타났다며, 개발도상국에서는 아직도 이런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헬레 교수는 아들은 딸보다 자궁 안에서 성장 속도가 빠르고 체중도 무겁게 태어나므로 모체에 훨씬 큰 부담을주기 때문이라고, 자녀의 성(性)과 어머니 수명의 상관성을 풀이하고 있다. 게다가 자녀를 키우는 과정에서도 아들이 딸보다 여러 가지로 더 부담이 되는 반면, 딸은 어머니의 일을 도와주는 등 수명 연장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도 지적했다. 하지만 아버지의 수명은 자녀의 성별과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여성이 겪어야 할 성차별과 넘어야 할 성의 장벽은 만만치 않다. 여성들은 가정.사회.학교.직장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에 직면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딸들만 둔 어머니는 대를 잇지 못한 낙오자로 보는 시선 때문에 고통스러워 하고, 자녀들의 장래에 대한 불안감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도 남성 우월주의에 균열이 오는 조짐들이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으니, 딸들만 둔 어머니들이여, 딸들 덕분에 오래 살면서 좋은 세상 만나시기를....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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