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駐中) 일본대사가 탈북자들이 오면 쫓아내라고 사전 지시한 사실이 그네들의 언론에 폭로됐다. 분노하지 않을 수없다. 우리는 아나미 고로시게(阿南惟茂)란 일본대사의 이 발언이 최소한의 인간적 동정심마저 결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에 몹시 불쾌하다.
대사의 발언 하나하나는 곧 그 나라의 정책이고, 생각이기 때문이다. 일본대사의 비인도적 태도는 그동안 교과서 왜곡문제, 총리의 신사참배, 독도·어협문제 등에서 미꾸라지처럼 외교적 수사(修辭)로 일관해 온 그네들에 대한 비일(非日)감정, 또 그나마 월드컵을 전후해서 조금씩 키워온 일부 국민들의 대일(對日) 우호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사건'이라 아니할 수 없다.
아나미 대사는 탈북자의 일본총영사관 망명좌절 사건이 일어난 바로 그날, 대사관 정례회의 자리에서 "탈북자들이 대사관에 들어올 경우 수상한 사람으로 간주해 쫓아내라"고 지시했으며 한술 더 떠서 "문제가 생기면 내가 책임진다"고까지 큰소리쳤다고 한다.
주중 일본외교관들의 망발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사건 당일 중국경찰이 탈북자 5명을 연행하려 했을 때 선양총영사관의 부영사가 황급히 휴대전화로 어딘가에 대응책을 물었고, 이 상사는 "무리하지 말라"고 지시했는데, 그 또한 베이징의 일본공사였다는 것이니 탈북자 축출이 곧 일본정부의 공식방침임이 확인된 셈이다.
그러나 우리의 걱정은 계속 잇따를 탈북자들의 망명시도와 좌절에 있다. 난민기피증에 걸린 일본이 국제적인 비난에도 망명자 추방을 고수할 경우 우리에게 대책은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 점 시급하다. 우리는 또하나, 이번 길수군 친척 망명제지 과정에서 보인 중국경찰의 비인간적 행위도 그냥 넘길 수 없음을 지적한다.
일본 총영사관에 뛰어들어간 다섯명 중 두명의 남자에 대해선 중국측이 일본영사관의 동의를 얻었다고 주장해서 통할지 모르나 영사관의 대문안에까지 들어가 살려달라고 절규하는 두여인과 어린딸을 무자비하게 끌어낸 행위는 국제적으로도 비난받아 마땅하다. 적어도 이 장면은 시간적으로 일본측의 동의와 전혀 무관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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