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탈북자 받지말라'는 중국의 억지

중국정부가 한국대사관측에 탈북자를 받지 말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일본 선양총영사관의 철문봉쇄, 미국의 공관망명 거부 등 비인도적 처사에 이어 불거지고 있는 한국에 대한 중국측의 '탈북자 공관수용 거부 요구'는 외교관례상으로도 유례가 없는 일로 심히 유감스럽다. 중국측은 이같은 일방적 요구를 철회하고 탈북자 협상라인을 공식화, 현실적 대안을 한국측과 협의하기 바란다.

중국측의 이같은 처사는 제3국 공관도 아닌 한국공관이 탈북자들의 망명 직행로가 될 경우 북.중 관계가 난처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며, 현재 한국대사관이 보호중인 탈북자 5명을 조건없이 넘겨줄 것을 요구한 것도 그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우리측이 "탈북자 수용정책 및 인도주의 정신에 위배되므로 받아들일 수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은 잘한 일이다. 박해를 피해 목숨 걸고 망명을 요청하는 사람들을 차버린다면 중국 당국은 도대체 인간 존엄성과 인권을 어떻게 지키고 추구하겠다는 것인가?

우리당국이 보호중인 탈북자들의 한국행을 보장해주면 신병인도 요청에 응할 수 있다고까지 양보했음에도 중국측이 '무조건 신병인도'를 강변하고, 나아가 탈북자를 아예 받지 말라고 무례한 요구를 하고 있는 저의는 예상되는 '기획망명 사태'에 대한 강력한 제동의 필요성, NGO에 대한 현실적 압박수단, 그리고 북한에 대한 배려 등이 깔린 일종의 '김빼기 작전'이다. 거기엔 정치.외교적 계산만 있을 뿐 '인도적 고려'는 전혀 들어있지 않은 것이다.

차제에 우리 정부는 탈북자 5명의 사태장기화에 대비하면서 탈북자문제에 관한한 최우선의 고려사항은 바로 '인도적 고려'임을 국제사회에 호소하는 등 인내심을 갖고 문제해결에 노력하기 바란다.

중국도 WTO 가입에 이어 2008년 올림픽까지 치러야 할 입장에서 결코 인권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금 수많은 탈북자들의 눈망울이 한국총영사관에 피신한 다섯명의 운명을 지켜보고 있다. 바로 그들의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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