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궁중 꽃문화 전시회

조선시대 다양하게 펼쳐졌던 각종 궁중의례나 연희에 격조높은 꽃 문화가 있었던 것을 아십니까?

조선시대에는 우리 민족의 소망과 감성을 섬세하고 품위있는 꽃문화(특히 궁중 꽃문화를 중심으로)에 담아냈지만 지금은 거의 사라져버려 아쉬움을 남기는 전통문화 가운데 하나이다. 이런 궁중 꽃문화를 재현하는 귀한 전시회가 대구에서 처음으로 열린다.

26일부터 7월 1일까지 대백프라자 갤러리 B관에서 열릴 김태연 교수(대구대 조형예술대 주거환경디자인학과)의 궁중상화(床花)재현전은 궁중 상차림에 쓰인 상화(床花)를 포함한 세 종류의 조선 꽃문화가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재현된다.

김교수가 재현할 궁중 꽃문화는 전부 생화가 아닌 지화(紙花)로 용도에 따라 상화, 준화, 산화 등 세종류로 나뉜다. 하지만 이번 전시회의 핵심은 궁중상화.

궁중상화는 왕 즉위식이나 원자탄생, 대왕대비 팔순상 등 여러갈래 진찬 때마다 등장했지만 이번에 김교수는 조선 정조의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1795년 회갑연 상화를 재현했다.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을 기록한 '원행을묘정리의궤' 4권 채화편에묘사된 상화가 207년의 시공간을 뛰어넘어 김교수의 손끝에서 다시 살아난 것.

이번에 재현될 혜경궁 홍씨 회갑연은 한자 두치에서 다섯치의 크기인 떡과 과일 전 등 42종류의 전통음식을 고스란히 차려내고, 그 위에 홍씨의 장수와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19종류의 지화가 장식된다.

이 가운데 국태민안과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3층대수파련, 부귀와자손번창을 축원하는 2층중수파련과 1층소수파련, 아름다운 청춘을 오래 누리라는 월계화, 장수를 상징하는 복분자화, 포도화, 삼색목단화 3개,월개화(겹꽃), 사계화(홑꽃), 불로장수를 뜻하는 홍도별건화 등이 장식된다.

이밖에 또다시 관람할 수 있는 귀한 궁중 꽃문화로는 준화와 산화를 들 수 있다. 준화는 궁중 실내장식용 꽃으로 보통 연회를 하는 장소에다 꼽는다.

준화는 주칠한 큰 꽃병받침인 준화대에 당화준(꽃병)을 얹고, 항아리에는 백미 한섬을 담고, 얇고 비단으로 만든 홍도절지,벽도절지 등 조화를 꽂았다. 수파련(水波蓮)이라하여 큰 잔치가 있을 때 연꽃 세송이를 일지에 달리도록 종이꽃을 만들어 음식 위에 꽂는풍습도 있었는데 이번에 김교수는 준화도 고스란히 되살렸다.

산화는 궁중 가객들의 옷깃에 꽂는 꽃이다. 김교수는 "삶을 소중하게 여기는 은유적인 마음이 신하가 임금에게 바치는 꽃, 상차림, 궁궐장식 등에서 나타난다. 궁중상화등에대한 문헌적 연구와 재현에 더욱 힘쓰겠다"고 밝혔다.

지화란? = 지화는 종이로 만든 것이 아니라 명주천을 주 원료로 활용한다. 면, 인견, 마 등 식물섬유의 풀기를 없애서 염색을 하고, 꽃모양의 형태를 다 오려서 인두로 달구어 오목볼록한 꽃모양을 만든다.

1999년 8월15일날 경복궁에서 열린 만경전정일신찬 조대비 팔순상차림에 김교수가 궁중 상화가 선보였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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