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없는 한판이었다. 잘 싸웠다. 한국의 태극전사들이 독일 '전차군단'에 0대1로 패해 전국민이 염원한 월드컵 결승진출의 꿈을 접었지만 아쉬움은 없다.
월드컵에 다섯번 출전하고도 1승을 올리지 못한 한국축구가 단번에 4강 신화를 엮어낸 약동이 세계 축구사에도 그리 흔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혼신의 힘을 다한 한국대표축구팀에게 마음으로부터 우러나는 찬사를 보낸다.
이제 한국축구는 변방의 축구가 아니다. 월드컵 72년 역사에 유럽과 남미로 대표되는 독점사(獨占史)에 종지부를 찍었고 '아시아 희망'으로 떠올랐다.
비록 결승전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아시아 국가중에서 처음으로 4강고지를 점령하는 위업을 달성한 것이기에 우리는 더욱 자부심을 가진다. 스피드와 조직, 압박수비 등으로 특징되는 '한국형 축구'는 이제 세계 강호들과 당당하게 맞설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한국축구의 위업달성은 스포츠경기의 승리에 대한 단순한 도취와 다른 의미가 있다. 한국인의 능력 발휘와 가능성이라는 신뢰구축이 무엇보다 큰 소득이다. 무엇이든지 해낼 수 있고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도 월드컵을 계기로 가질 수 있게 했다.
폴란드,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등과 대전하는 고비마다 '안 될 것이다'라는 패배주의와 냉소주의를 날려보냈다. 끊임없이 추구하고 지칠줄 모르는 태극전사들의 역동(力動)과 창조에 삶의 자세를 되돌아보고 국가관 형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어울림의 응원문화 창출(創出)에 세계가 놀랐다. 집단 길거리응원은 세계 어디 내놓아도 자랑스럽고 외국인까지 포용하는 개방성이 돋보인다. 배타적이지 않고 우리와 함께 가는 길을 열어주는 신기한 한국의 힘이 아닌가.
우리 축구대표팀은 오는 29일 대구에서 열리는 3.4위전 한 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최선을 다해 유종의 미를 거두기 바란다. 마지막까지 아름답게 우리의 힘을 쏟아부어 감동의 경기 장면을 세계에 보여주자.
한국축구는 다시 이제부터 시작이다는 각오를 가져야 한다. 오는 2006년 독일월드컵 대회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성취(成就)를 한단계 끌어올리는 축구전술개발.훈련 등에 연구와 노력이 필요하다. 지속적인 관심과 후원은 국민 모두의 책임이다.
월드컵에서 보인 국민들의 열정과 일체감을 국가발전 에너지로 극대화하는 방안을 서둘러야 한다. 활용을 잘못하면 월드컵대회가 아르헨티나, 멕시코 대회처럼 부담으로 남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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