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을 통해서 대~한민국이 깨달은 가장 소중한 것 하나만 들라면? 주저없이 ' 자신감'이라고 꼽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좀처럼 바깥으로 표현하지 않고, 어떤 결과를 낳기 위해 성실하게 조직화할 줄 모르며, 우리 문화속에 어떤 보화가 담겨 있는지도 모르던 한민족이 벽안의 한 축구인을 통해 빛을 보았다. 희망을 던져주는 그 빛으로 생활속의 우리 문화를 조명해본다. 편집자 주
빈센트 반 고흐는 결국 자살함으로써 이승과 잘 어울리지 못했던 그의 천재끼를 마감해버렸지만 처음 시도했던 자살은 실패했다. 그것은 숲때문이었다. 조국 네덜 란드를 떠나 프랑스로 건너오기 전에 고흐는 솟구치는 창작열을 받쳐줄 생활기반 이 전혀 되어있지 않고, 현실이 숨막혀서 자살을 시도하며 뛰쳐나갔다.
그런데 고 흐의 발길은 무의식중에 어느 숲에 닿았고, 숲의 서기를 마신 고흐는 순간 자살욕 구를 잊어버렸다. 다시 붓을 잡은 고흐가 그 유명한 파리 오벨리스크의 풍경화 등 을 남길 수 있었다.
나무와 숲은 공기를 청정하게 해주는 허파역할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사람들의 삶에 알게 모르게 정서적인 역할을 해내고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 이제 도시에서 나무와 숲은 생활의 일부분이 되기에 충분하다.
분지여서 폐쇄성 이 강한 대구도 근년들면서 나무와 숲이 아름다운 개방적인 도시로 탈바꿈하고 있 다. 오랫만에 대구를 찾은 사람들의 첫마디는 "어 대구가 달라졌네!"이다. 그만큼 우리곁에 아름다운 나무와 숲이 늘어나고 있다.
담쟁이가 아파트의 벽을 덮고, 전국 최고의 혹서도시이면서도 최근 몇년간 여름평균 기온은 일정정도 시원해지고 있다. 대구 도심이 푸르러지면서 그런지의 상관관계는 더 따져봐야알겠지만 어쨌 든 대구도심이 숲과 나무로 인해 젊은 기운을 막 뿜어내고 있음은 누구라도 느낄 수 있다.
실제 대구시가 지난 1996년부터 10개년 계획으로 추진하고 있는 나무 1 천만그루 심기(6월말 현재 628만그루 식재) 운동이 조금씩 그 열매를 맺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지만 사실 나무가 사람들에게 주는 느낌은 각별하다.
동구 어귀 에 이리 저리 뒤틀리며 조그맣게 자라는 것이나 오랜 풍상을 딛고 하늘을 향해 솟 은 것이나 어느 것 할 것 없이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기 그 훨씬 이전부터 이 땅을 꾸며온 귀중한 것들이다.
대구시내에도 한 그루로 우뚝서거나 집단 군락을 이뤄 한 순간 즐기기에 모자람이 없는 나무들이 많이 있다. 늦가을에 힘겹게 오른 팔공산 성전암이 저만치 보인다 싶으면 성전암보다 더먼저 맞는 성전암 입구 은행나무. 수령이 수백년은 됨직한 이 은행나무는 청량한 산에 사는 나무들의 단풍이 다 그렇듯이 유난히 선명하게 노란잎으로 "아~!"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다.
달성군 도동서원의 입구에 들어서면 25m의 높이에다 둘레가 8.7m에 이르는 거대한 은행나무가 먼저 사람들을 맞는다. 400년의 세월동안 이리저리 구불거리고 이제 는 제 한 몸조차 간수하기가 쉽지 않아 다른 구조물의 부축을 받아야 하는 모습이 지만 이 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쉽게 잊혀지지 않는 모습을 하고 있다.
달성군 가 창 행정리의 은행나무는 높이가 20m로 도동서원의 은행나무보다 조금 규모가 작지 만 수령은 1천년으로 추정돼 수성구 범어네거리에 있는 은행나무와 함께 대구시내 최고령 나무로 기록돼 있다.
낙엽이 떨어질 때 멀리 퍼져나가면 이듬해 풍년이 든다는 얘깃거리를 갖고 있으며 마을주민들은 매년 정월보름때 동제를 지내고 있 다. 이밖에도 북구 매천동 은행나무(800년), 수성구 만촌동의 모과나무(600년), 달서구 진천동의 느티나무(500년), 달서구 도원동 느티나무(500년), 달성군 유가 면 느티나무와 소태나무, 팽나무(500년), 달성군 현풍면 느티나무(500년), 북구 동변동의 느티나무(500년) 등 수령이 500년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것만도 10여 그루에 이른다.
이색적인 것으로는 남구 봉덕동 옛 효성여대에 있던 개오동나무와 옛 코오롱 부지 에 있는 가시나무. 개오동나무는 현재 서구 내당동 광장코아 앞으로 옮겨졌고, 가 시나무는 아파트 조성당시 아파트를 뒤로 물려 짓게한 뒷얘기를 간직하고 있다.
또 집단 군락지로는 천연기념물 1호인 동구 도동의 측백수림과 동구 내곡동 모감 주 나무군락, 파계사 소나무 숲 등이 유명하며 대구시는 100년 이상된 노거수를 중심으로 299그루를 보호수로 군락지 등 8.3ha를 천연보호림으로 지정, 보존하고 있다.
한편 대구시는 대구의 입구를 나무로 단장하는 특별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 고속 도로를 중심으로 이미 조성된 현풍 JC부근의 이팝나무, 서대구 IC부근의 모감주나 무외에 금호JC에는 배롱나무, 북대구 IC에는 백목련 군락지를 만든다는 것.
대구도심 녹화의 야전사령탑인 이정웅 대구시 녹지과장은 "화려한 꽃이 만개한 이 들 군락지를 볼 때마다 대구를 찾는 이들은 나무의 도시, 대구에 도착한 것을 알 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화기자 jjhw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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