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월드컵 이후-(4)한국인의 에너지

"월드컵 기간 중 거리를 온통 붉게 물들인 한국인들의 폭발적 에너지는 평생 잊을 수 없을 거예요".

코리아 헤럴드지 제이슨 스타라파리(30·미국인) 기자는 월드컵 내내 한국 길거리 응원단이 보여준 열렬한 응원에 경악과 두려움, 흥분과 감동을 억제하지 못했다.

그는 "한국인들의 내면에 숨겨진 역동적 에너지가 이처럼 엄청날 줄은 미처 몰랐다"며 "한국인들이 길거리 응원에서 보여준 믿을 수 없는 응집력을 다시 하나로 모을 수 있다면 21세기는 한국인들의 무대가 될 것"이라고 놀라워했다.

한 달간의 월드컵 대장정을 마치고 일상으로 되돌아온 지금, 한국인들과 외국인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월드컵 최대 성과는 이제껏 상상조차 못했던 우리속의 '우리'를 이끌어내고 발견한 것이다.

우리속의 '우리'는 그라운드와 거리에서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엄청난 잠재력을 온 몸으로 분출하며 한국대표팀 월드컵 4강 신화의 촉매 역할을 담당했다.

국채보상공원, 범어네거리 등에서 열정적 길거리 응원을 펼친 대구의 경우 지난달 22일 한-스페인전때 30만명, 25일 한-독일전때 40만명 등 한국팀이 7경기를 치르는 동안 모두 100만여명의 시민이 길거리 응원에 참가했다.

이들은 경기 결과에 연연하는 수동적 응원에서 탈피, 4강신화를 스스로 만들어가는 능동적 응원을 펼쳐 응원문화의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또 길거리 응원문화는 일상생활까지 파고들어 시민 모두의 가슴속에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 넣었다.

시민들은 길거리 응원의 주역이 자라나는 청소년과 젊은 세대였다는 점에서 월드컵의 영광이 다음 세대까지 이어질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

권길영(58) 대구 시지여중 교장은 "한국팀 승리를 의심하는 어른들 사이에서 길거리로 뛰쳐 나가 목이 쉬도록 대한민국을 외치며 대표팀 승리를 기원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너무나 자랑스러웠다"며 "이들이 이끌어가는 한국의 미래는 그 어느때보다 희망찰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우(21) 대구 붉은악마 회원은 "월드컵은 우리 안에 내재된 폭발적인 잠재력을 끄집어내고 여기에다 불을 붙여 놓았다"며 "이젠 그 누구도 이 불씨를 꺼뜨릴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월드컵에서 나타난 전국민의 응집력과 잠재력이 월드컵 4강 진출로 이어지면서 붉은악마 공식 응원구호인 '대~한민국'은 세계속으로 번졌고 이에 따라 21세기 한국인의 위상도 드높아지고 있다.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일본어 강사 이케하다 무리꼬(41·여)씨는 "한국인들의 단합된 힘과 불굴의 투혼에 반했다"며 "월드컵은 세계속의 한국인 위상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 계기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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