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쥬세대'는 "서로 포옹을 한 뒤 볼을 비벼댄다"는 불어 비쥬(Bisou)에서 유래된 용어. 1980년을 전후하여 태어난 이들을 중심으로 온라인을 활동공간으로 삼는 특성이 있다. 게다가 남을 의식하지 않고 애정표현이 자유롭다.
체면이나 권위를 중시하지 않고 노동에 적극 참여하지 않는다. 반면에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나 일에서는 기성세대를 능가하는 능력을 발휘한다.
개인주의가 강하고 국가에 대해서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세대다. 그런 탓일까. 지금까지 우리사회는 이들에게 부정적이었다. 무례하고 무질서한 세대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아니다.
월드컵 기간에 만난 그들은 분명 달라 보였다. '대~한민국'을 외치고 경적을 요란하게 울려대며 폭주를 일삼았지만 폭력이 아니었다. 터키 국기를 두 번이나 머리 위로 펼치고, 한국 선수들의 어처구니(?)없는 실수에도 '침착해'와 '괜찮아'를 시기 적절하게 소리지르는 것도 그들이었다.
히딩크가 태어난 나라에 감사하고 상대국의 프리킥에 야유를 보내지 않는 세대였다. 경기가 끝나고 폭죽소리가 요란했지만 쓰레기를 줍는 것도 '비쥬세대'였다. 사실이지 불과 한달 전만 해도 아니었다. 침을 함부로 뱉고 욕을 접미사처럼 사용하는 그들이다. 스쿨버스에서 교수에게도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 세대다.사이버공간에서 마음대로 남을 비방하고 익명성의 혜택(?)을 누리던 '비쥬세대'다.
월드컵은 한 달만에 '비쥬세대'를 바꾸어놓았다. 나아가 '비쥬세대'를 포함한 또 다른 세대를 탄생시켰다. 자리에 일어나 관람하는 스탠딩문화를 즐기는 세대다.온·오프라인을 활동공간으로 나이나 출생지와 무관한 그들이다. 길거리 응원에 참여할 만큼 공동체의식이 강하고 외국팀에게도 응원을 마다 않는 개방적 애국주의자들이다.
'오 ~필승 코리아'를 '오 ~미스 코리아'로 듣고 따라 불러도 한 묶음이 되는 '월드컵세대'다. 이제 대중문화는 '월드컵세대'가 주도하게 될 것 같다. 경기장에서 선수에게 주문하듯 쌍방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게 된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할 수밖에 없다.
덧붙여 '스크린 쿼터제'와 같은 제도는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할 수도 있다. 외국팀 응원을 마다 않는 '월드컵세대'에게 폐쇄적 애국주의를 강조하는 것은 무리이기 때문이다. 결과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대중문화상품만이 '월드컵세대'의 호주머니를 겨냥할 수 있다. 월드컵이 또 하나 남긴 고마움이 아니겠는가.
한상덕(대경대 방송연예제작학과 교수 sdhantk@yahoo.co.kr)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