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 낮 오래된 정자엔
세월도 잠시 게으름을 피운다.
피는 꽃이 지는 꽃을 바라보듯
오는 물이 가는 물을 배웅하듯.
방호정(方壺亭)
선비의 숨결이 어린 곳.
400년 풍상도
벼랑끝의 여운을 지우지 못했다.
저만치 아롱진 여울목에서
유년의 무지개를 떠올리던 귀향객은
어느덧 불혹의 강물로
바람에 휘몰린 상념을 씻었다.
먹물같은 산그늘이 잠긴 신성계곡에
무성한 매미소리가 잦아들고
녹음에 지친 단풍잎이 길안천으로 떠가거든
나도 세월처럼 늙어가리라.
속절없는 산새의 울음조차
소슬바람에 잠기면
어차피 한 잎 낙엽인 것을
끝내 그뿐인 것을
세월가면 남는 게 무엇이랴
백세청풍(百世淸風)의 입지를 세운
방대(方臺)는 아직도 청송(靑松)인데
휘어진 강줄기에 물결만 서럽구나.
글: 조향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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