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 대구 도심 구간을 어떤 형태로 건설할 것인지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이미 10년 이상을 끌어 온 문제인데다 이와 관련한 최종 연구 결과 공표일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 여기다 최근엔 '얕은 방식의 지하화'로 방향이 결정됐다는 일부 보도도 있었다. 과연 어떻게 돼 가는 것일까?
◇어떻게 흘러왔나?=정부는 그동안 지하화, 지상화, 반지하화, 일반철도 병행지하화, 병행지상화, 우회 통과 등 여러 방안을 계속 뒤바꿔가며 발표, 대구 시민들을 어지럽게 했다.
심지어 건교부 장관이나 고속철도공단 이사장이 한 얘기마저도 며칠 뒤 실무자에 의해 뒤바뀌기 일쑤였고, 같은 사람의 얘기가 불과 얼마 뒤 스스로에 의해 백지화되는 사례도 허다했다.
1987년 노태우 대통령 당시 민정당 대표가 대선 공약으로 고속철 건설을 제시한 후 1990년 기본계획이 발표될 때만 해도 대구 구간은 지하 건설로 돼 있었다. 그러나 1993년 6월 계획이 1차 수정되면서 지상 건설로 변경됐다. 지역민들이 거세게 반발하자 정부는 1995년 4월 다시 지하화하겠다고 수정했다.
1997년 5월엔 서울~대구 사이만 고속철을 건설하고 대구~부산 구간은 기존 철도를 전철화해 연결하겠다는 방안이 발표됐지만, 그 후에도 U자형 반지하 건설 방안, 병행 지하화, 병행지상화, 지하 구간 단축형 병행 지하화 등 방침이 오락가락했다◇어떻게 진행되고 있나?=결론 내기가 어렵자 건교부는 작년에 고속철도공단으로 하여금 교통개발연구원에 '대구.대전 도심 통과방안 연구'를 맡기도록 했다.
이에 따라 연구원이 검토 중인 건설 방안은 6가지이다. △고속철 별도 지하화(건설비 1조4천899억원) △고속철 북부 외곽 우회(1조원) △일반철 병행 지하화(1조7천121억원) △수정된 병행 지하화(1조3천618억원) △병행 고가화(1조1천203억원) △병행 지상화(9천279억원) 등이 그것.
그 중 △별도 지하화는 신동(칠곡)~관음동~동대구역~고모역을 지하로 직선 통과토록 하자는 것. 대구시는 이렇게 될 경우에 대비해 동대구 역사를 초현대식으로 만들어 거기다 고속터미널.동부정류장 등을 함께 이전해 넣는 계획까지 세웠으나 지금은 흐지부지됐다. △고속철 북부 외곽 우회 방식은 신동~지천~동대구역 구간을 전철화한 기존 철로로 통과하는 것과는 별도로 신설 고속철도는 신동~관음동~대구공항 방면으로 우회해 역사를 율하동에 건설하자는 안이다.
△병행지하화는 현재의 경부선을 따라 일반철도와 고속철을 함께 지하로 통과하게 하자는 것으로 대구시민들은 환영하지만 사업비가 지상화 때보다 두배 가량 들고 건설에도 7년 이상 걸린다고 고속철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수정된 병행지하화 안은 병행지하화 대상인 평리동~신암동 사이 5.8km 중 평리동~태평로 사이 3.2km만 지하화 하자는 것이다.
△병행지상화는 기존 경부선 철로 옆에 또 고속철로를 놓자는 것으로 건설은 쉽지만 대구 도심의 양분화를 악화시킨다는 점 때문에 시민들의 반대를 받고 있다. △새로 제시된 병행고가 방식은 평리동~동인동 사이 5km를 기존 경부선로를 이용해 함께 고가화 하자는 것.
◇정권 교체기 영향받는 듯=당초 이 연구 결과는 다음달쯤 나오고, 건교부는 이를 놓고 공청회를 열어 시민 의견을 수렴한 뒤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달엔 연구 결과 발표마저 연구원측 요청으로 내년 1/4분기 혹은 2/4분기 이후로 연기됐다. 결론 도출이 쉽잖은데다 기술적 난제들에 대한 선진국 전문가들의 검토가 필요해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것.
건교부 건설기획과 전성철 과장은 "연구 결과가 나오는 대로 대구시와의 협의를 거쳐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대구시 입장이 가장 많이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연구 결과 공개 지연에는 정치적 고려도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심들이 제기되고 있다. 임기 말을 맞은 현정권 아래서 건설 방식을 결정한다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리임을 고려한 것 아니겠느냐는 것.
어차피 대구 도심노선 문제는 정치적 문제로 결정이 미뤄져 온 것이기도 해서 앞으로도 정치적인 고려까지 겹치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문제 해결은 더 뒤밀릴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그외 구간은 어떻게 돼 가나?=경부고속철 1단계 구간 중 서울~대전은 일년여 뒤인 내년 12월 개통될 예정이다. 대구까지는 2004년 3월 개통 계획. 이에 따라 고속철 동대구 역사도 이미 공사에 들어갔지만 도심 구간 방식이 결정되지 않아 임시 역사 성격을 띨지 아니면 중간역 구실을 할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대구~부산 사이 118km 길이의 2단계 건설 사업은 지난 9월 기공식을 갖고 공사에 들어갔다. 전구간 완전 개통 시기는 2010년으로 잡혀 있고 2008년으로 앞당긴다는 발표도 2년 전 있었지만 대구 구간 등 때문에 오히려 더 지연될 가능성도 없잖다
최정암기자 jeong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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