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류물산 화장실. 웬일인지 마부장 칭송에 무대리 숨이 넘어간다. '사람들하고는…(흐뭇)', 변기통에 쪼그리고 앉은 마부장 합쭉 웃는다. 다음 날 무대리가 땡땡이를 친대도 "무대리 그럴 사람아냐". 제법 약발을 받았다.
맛을 들인 무대리, 그 다음날은 대놓고 사장욕까지 섞어 마부장을 추켜세운다. "우리 부장님 같은 분이 사장돼야 하는데…. 머리 벗겨진 사장 재수없어". 칭찬에 몸을 배배 꼬는 마부장, 그러나 그 옆 화장실칸의 사장, 분노로 부들부들 떨고 있다. 쿵야!
직장인의 애환을 그려 열광적인 지지를 받고있는 만화 '용하다 용해'의 작가 강주배(41)화백. 3년 6개월, 연재횟수만도 1천120회를 넘었다. 요즘 재미없다, 곧 끝난다는 흉흉한 소문도 있던데…. 아픈 곳을 찔러봤다.
"만화 마지막 컷에 머리를 쥐어짜는 제 모습을 그린 적이 몇번 있어요. 그럴때면 무대리 끝나는 것 아니냐, 소재 고갈된 거 아니냐 전화도 많이 오죠. 하지만 이젠 제 맘대로 끝낼 수 없어요. 무대리 이 녀석 참 많이 컸거든요. 어떤 독자는 신문사 폭파시킨다고까지 하더라니깐 글쎄".
무대리, 본명 '무용해'. 집에선 공처가요, 직장에선 계약 한 건 성사시키지 못하면서 늘 불만만 궁시렁대는, 그러나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 쪼잔함을 갖춘 입사 5년차의 전형적인(?) 직장인. 생김새답게 신문사 독촉으로 하룻밤만에 탄생한 비운의 캐릭터이기도 하다.
"무대리는 보통 직장인들의 모습이죠. 불만많고, 잔머리 굴리고, 치사하고, 또 가끔은 순진한. 그래서 재밌나봐요".
강화백 말대로 무대리의 매력은 전형적이지 않다는 데 있다. 물론 '존만아' '쓰벌' '닝기리' '쓰파' 등의 기상천외한 욕과 '뚜시쿵' '쿵야' 식의 심금을 울리는 효과음도 인기비결. 그러나 '천방지축 날뛰지만 않고, 가끔 인생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감동'이 반복되는 코믹의 식상함을 덜어준다.
"아바이가 네 코트 한 벌 못 사줘 미안하구마. 내가 사준 셈 치고 잘 입으라우". 며느리가 사준 겨울코트를 편지 한통과 함께 아들 앞에 내놓을 때 자식은 한 없이 작아질 수밖에 없듯이.
등장인물도 많아졌다. 푸짐한 덩치에 순해 보이는 사투리를 구사하지만, 지독한 왕빈대 '정남이', 군대 훈련조교 출신으로 탁월한 업무능력을 지녔지만 짧은 혀 때문에 설움을 겪는 '장한혀', 이기심과 치사함으로 똘똘 뭉친 여사원 '추저분'등은 소재한계 돌파를 위해 강화백이 새로 '영입'한 승부수다.
무대리의 인생처럼 만화도 순탄치만은 않았다. 연재 6개월만에 스토리작가가 떠난 직후 만화가 조기종영될 뻔한 위기도 있었고, 아이디어 찾느라 '빠짝빠짝' 타들어가기도 했다.
"요즘엔 요령이 생겼어요". 강화백의 요령은 각 캐릭터를 실제 살아있는 연기자로 생각하기. "이 상황에서 요 녀석이라면 이렇게 반응할테지. 그러면 저 녀석은 이렇게 받아칠테고". 종이 위의 만화 주인공들이 생명력을 갖는 순간이다.
하룻밤에 급조된 캐릭터치곤 출세 많이했다. 무대리를 주인공으로 한 비디오물, 인터넷 시트콤, 연극, TV, 신문 광고, 휴대폰 줄 등 캐릭터 상품, 최근엔 음식체인점까지 나왔다.우문현답. "무대리 과장 승진 언제해요?" "이 만화 끝나는 날".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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