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정취와 어울리는 목소리의 정태춘, 박은옥씨가 지난 3일 대구를 찾아 노래만큼이나 해맑은 미소로 무대에 섰다.
11월 중순 4년 반만에 출시할 앨범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를 녹음하느라 밤샘작업을 했다는 그들은 서정성과 메시지가 어우러진 음악과 '국악과의 접목'이 특징이라고 새 음반을 소개했다.
열번째 앨범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걸어온 길은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길이다. 정태춘씨는 초기 '촛불', '시인의 마을' 등 서정성이 풍부한 노래들로 대중들의 맘을 사로잡았지만 곧 내면적인 풍경에서 외부적인 환경으로 눈길을 돌리기 시작한다.
'일어나라 열사여','아,대한민국'등 그의 노래는 밀도있게 사회현실을 그려내며 96년 사전심의제도 철폐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그러한 변화를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여긴다. "주류에 순응하지 못하는 형질을 타고난 것 같다"는 그의 고백처럼 주류와는 엇갈린 길을 걸었지만 그를 지지하는 대중들은 늘어갔다.
부부이자 음악적 파트너인 박은옥씨와의 만남은 데뷔 초기 레코드사에서 이루어졌다고. 정씨는 "박은옥씨의 음악적 느낌이 굉장히 독특했다"고 회상한다. "아내가 아니라 음악하는 사람으로서 정태춘씨가 가진 작사·작곡 능력이 부러워요"라는 박씨의 말에 "박은옥씨가 가진 표현법에 맞는 작품들을 제대로 공급해주지 못해서 늘 아쉽죠"라며 정씨가 끼어든다.
쉼없이 달려왔기에 고단할 법도 한데 그는 "권위주의적인 시대는 갔지만 아직도 답답하다"고 호소한다. "내 속의 발언을 스스로 감시하게 되는 기제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지 자신이 없네요". 끊임없이 '자유로운 인간됨'을 추구하는 정씨는 "진정 열린 시각과 영혼을 가진 후배들이 나와줬으면 한다"고 바람을 밝혔다.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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