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북한경제시찰단이 포항에 왔을 때 포스코 관계자와 함께 이들의 포항방문을 환영하는 오찬자리에 함께 할 기회가 있었다. 북측 인사를 만날 기회가 별로 없었던 나는 그 자리가 다소 어색할 것으로 여겼다. 같은민족이면서도 같은 국민은 분명 아닌, 그렇다고 외국인과의 자리도 아닌지라 약간은 복잡 미묘한 감정을 가진 채 자리를 함께 했다.
그러나 친형님 같은 얼굴로 다가온 박남기 시찰단장을 포함한 북측 고위인사 대부분의 모습은나의 상상과 우려를 크게 빗나가게 했다.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그 맞잡은 손을 통해 전해져 오는 따스한 동포애 같은 것이 가슴 저 밑바닥에서부터 고여오면서 친근하고도 정감 넘치는 자리가 되었다.
단지 다른 게 있다면 '∼입네다' 라는독특한 억양의 끝 부분 말투라고나 할까. 이런저런 이야기 중 다같이 관심을 보였던 분야는 제철과정에 들어가는 특수소재를남북한이 직접 거래를 하면 양측 모두 크게 득이 될 터인데 굳이 중국을 거치는 삼각무역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 무척 아쉽다는 이야기였다.
자리가 자리인 만큼 각자의 생각들을 자유롭게 표현 할 수는 없었지만 참석자 모두의 표정은 한핏줄 한민족끼리 하루빨리 손잡고 '좋은 일'들을 많이 만들었으면 하는 안타까운 얼굴들이었다. '민족'과 '핏줄'의 깊은 의미를 새삼 읽을 수 있었던 자리였다.
사실 우리네 인생살이는 숱한 후회와 가정(假定)의 연속인 것 같다. 역사에 있어 가정은 부질없는 것이라고 하지만 만약 우리나라가 둘로 갈라지지 않았더라면 민족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으며 지금쯤 얼마만한 발전을 이룩하였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게 된다.
좁은 땅덩어리에 불과한 한반도의 허리가 둘로 나뉘어서도, 그것도 전후의 폐허 위에서 불과 30, 40년 만에 세계 10위권의 무역대국이 되었는가 하면 골프, 야구, 축구, 마라톤 등 스포츠 강국으로도 온 세계에 이름을 떨치고 있다.
부존자원이라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이 땅에서 이만한 성취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은누가 뭐래도 우리민족의 우수성과 위대함이지 않겠는가. 폭발하는 신명이 있고 휘몰아치는 신바람이 있는, 어떤 면에서 별나기까지(?) 한 이 민족의 에너지를 하나로 묶어 세계 속으로 용솟음치게 해야 할 것이다.
눈을 안으로 돌려 내 주위에 둘러쳐진 대립과 갈등의 선은 없는가 반성하여 보자. '내편 아니면 적'이라는 속 좁은잣대로 한 식구끼리 서로의 발목을 잡고 부끄러운 싸움을 한 적은 없었는가. 남북으로 갈라진 여기에 지역간.계층간에 또다시다른 선이 그어져서는 안될 일이다. 대구·경북의 발전을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이 지역의 모든 지도자들에게 있어 가치의 우선은 지역과 국가사회의 발전이 돼야 할 것이다.
건강한 토론을 거쳐 전체의 발전을 위한 의지가 모아지면 다함께 한마음으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눈앞의 조그만 이익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좀 더 넓게 생각하고 좀 더 멀리 내다보자.
우리 모두를 위한 것, 거기서 얻는 이익은 결국은 나에게로 되돌아오지 않겠는가. 벌써 11월, 금년도 다 지나가는 것 같다.갈 길은 먼데 시간은 마냥 기다려 주질 않으니 서둘러야 할 것 같다. 마지막 남은 두 장의 달력이 우리 모두의 크고 하나된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정장식(포항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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