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론-중국을 이기는 공장

'고품질, 신시장, 다이내믹 코리아'를 주제로 제39회 무역의 날 행사가 얼마전 COEX에서 열렸다. 누적 무역수지가 반세기만에 흑자로 전환한 올해 행사에서는 무역입국으로서의 결의를 다시 한번 다지는 한편 세계 일류상품 개발, 중국 등 신흥시장 개척, 제 값받기 운동 및 비교우위를 통한 경쟁력 강화 등을 위해 가일층 노력해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

'메이드 인 차이나' 중국의 성장은 현재 우리 경제에 주어진 가장 큰 위협 요인이다. 중국은 풍부하고 저렴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우리 나라를 비롯해 많은 선진국의 투자를 받아 고도의 성장을 계속해 오고 있다.

특히 중국의 제품이 우리의 주력 수출상품과 제3국에서 경합하는 비중이 점차 늘고 있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요즈음 우리 제품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그의 일환으로 인력난을 해소하고 신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공장을 중국으로 이전하는 기업이 최근 급증하고 있다. 개방화 시대를 맞아 비교우위 지역으로 공장을 이전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단순히 인건비 절감만을 위해 공장을 이전해서는 성공하기 힘들다. 일본의 소니(SONY), 아이와(AIWA)가 생산설비를 본국으로 역이전한 것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중국에 대한 투자는 단순히 인건비 절감뿐만 아니라 신시장 개척 등 중국의 인프라를 활용해 일류상품을 개발하고 세계 시장을 석권하는 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나이키(NIKE)와 아디다스(ADIDAS) 등 세계적인 기업들은 자체 제조 공장을 보유하지 않고 있지만 브랜드와 디자인, 마케팅 전략 등을 통해 고가의 제품을 생산해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우리도 이제 중국을 하나의 경제블록으로 보고, 한국을 지식 거점으로 중국을 생산 거점으로 하여 단순 노동집약적인 공정은 중국에 아웃소싱을 함과 동시에 현지에서 생산된 제품에 대해서는 우리의 브랜드와 마케팅 전략 등을 통해 중국의 내수시장은 물론 세계시장으로 진출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국내의 기술과 브랜드, 마케팅 능력 등 우리의 강점과 노력, 중국보다 우위에 있는 인프라를 활용하여 경쟁이 가능한 분야는 우리 자체의 세계 일류상품으로 개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편 중국의 저렴한 인건비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코스트와 품질 면에서 월드 와이드한 경쟁력을 최우선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회사도 동일한 제품이 중국에 진출해 국내와 경쟁하고 있지만 그나마 국내 공장이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기술개발로 고부가가치의 신제품을 개발하고 6시그마 등을 통한 생존원가와 고객만족의 품질을 달성해 이익을 지속적으로 창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한편으로 우리는 2.5산업 개발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중국은 가격 경쟁력을 기초로 한 2차 산업이 두 자리수의 성장을 하고 있는 만큼 동일한 차원에서 중국과 경쟁은 쉽지 않다. 우리의 전통 산업에 브랜드와 디자인, 마케팅 능력과 기술력을 통해 신제품을 개발하는 지식과 서비스를 가미해 2.5산업을 발전시키는 것이 경쟁력을 확보하는 지름길이다.

즉 지역의 전통 제품을 디지털화, 고급화하고 고부가가치화 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IT와 전자, 자동차 등 중국에 비해 경쟁력이 높은 분야를 중심으로 바이오, 환경 등 차세대 유망 기술과 융합해 신수종 사업을 개발함으로써 사업기회를 선점해 나가야겠다.

이를 위해 우리는 디지털 시대에 맞는 지식경영을 실천해 나가야 할 것이다. 공장의 라인과 종업원들의 생산성을 중시하던 산업화 시대와는 달리 21세기 디지털 시대에는 정보를 수집, 분석하고 창의성을 발휘하여 얼마나 신속하게 경영전략에 활용하느냐에 기업 생산성의 성패가 좌우된다.

특히 새로운 고객과 시장의 창조를 주도하고 또 고객들의 잠재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지식근로자를 육성하는 데에 기업의 사활이 걸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또한 정부와 지자체도 우리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대다수 우리 제품은 아직 대외 인지도가 낮아 범국가적인 홍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미국과 일본의 두배가 되는 물류비와 금융비용의 개선은 물론 대폭적인 규제완화 등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데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하여야 할 것이다.

세계 경제가 무한경쟁시대로 급변하고 있다. 우리 공장이 중국을 이기기 위해서는 양국의 비교우위 역량을 다면적으로 활용하고 미래 사업기회를 선점해 나가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한 때이다.

김순택(삼성SDI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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