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1년만 때울까?

지난달 17일 대구경찰청 새 차장이 부임했다. 그는 곧바로 개구리소년 사건 수사본부장을 맡았다.차장은 부임 다음날 기자실을 찾았다.

그 자리에서 기자는 개구리소년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지 물었다. 대답은 간단했다. "즉시 해결"이었다.대구 근무가 처음이고, 부임 후 수사 상황조차 제대로 보고받을 시간이 없었을 것 같았지만, 그래도 기자는 허투루 하는 대답이 아니길 기대했었다.

보름이 흘렀다. 지난 3일 기자가 다시 차장을 만났다. 개구리소년 사건 해결 가능성을 또 물었다. 대답은 또 '해결'이었다. 자신감이 넘쳤다.한술 더 떠 성서 기업은행 엽총 강도사건까지도 해결하겠다고 했다. 부임 후 보름 동안 개구리소년 사건을 면밀히 분석, 수사를 잘 지휘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연이은 기자의 질문에 대한 차장의 대답은 한마디로 실망 그 자체였다. 혹시나 해서 개구리소년 5명의 이름과 언제 유골이 발견됐는지를 짚어봤다. 하지만 차장은 입도 못뗐다. 이름도 모르고, 날짜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더 이상의 질문은 필요가 없었다. 충격적이었다.

'지휘자'가 악보도 제대로 보지 않고 '관현악단'을 엉터리로 지휘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아니면 지휘는 생각도 않고 딴전을 부리고 있음이 확실해 보였다. 임기 일년을 시간만 때우다 서울로 돌아가려는 것일까.오는 8일 개구리소년 유족들은 팔공산 동화사에서 자식들의 슬픈 영혼을 달래기 위해 천도재를 올린다. 누가 남아 유족들의 깊은 한을 풀어 줄 것인가.

이종규 사회1부 jongk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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