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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덕의 대중문화-가리키는 달은 보지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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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는 무엇입니까?"

"두 인격체간의 사랑을 나누는 것이오".

"포르노(외설)는 무엇인가요?"

"좀 어려운데…사랑의 개념과는 상관없는 남녀가 벌이는 성(性)에 의한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요. 즉, 힘의 관계를 전제로 남존여비의 가부장적 남성우월주의를 성행위장면에서 제도화한 것이지요. 핵심은 여성의 벗은 몸이지만…" 서구에서 '에로'와 '포르노'는 분명한 경계선이 있다. '에로'는 표현의 자유로 인정받지만 '포르노'는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아니다. 동일한 작품이 "외설적이어서 공연할 수 없다"가 되고 "예술적 작품에 대한 공권력에 의한 제재는 옳지 못하다"며 보호받기도 한다. 기준이 없고 잣대 또한 모호하다.

남녀 주인공의 전라장면으로 '예술이냐 외설이냐'의 논쟁을 일으켰던 연극 '미란다'는 분명 '외설'에 가까웠다. 원작 소설인 죤 파울즈 작 '콜렉트'와는 달리 벗기는 데만 치중하는 외설물이었다.

특히 남자가 기절한 여자의 성기를 관객이 볼 수 있게 눕힌 후 그 앞에서 자위행위를 하는 장면에 이르면 더욱 그랬다.

하지만 '미란다'는 '전라연극은 표현영역의 확대'라는 기괴한 논리와 함께 '벗기는 연극은 의로운 싸움'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등급 문제를 일으켰던 '7분 섹스'를 위해 디지털 카메라 3대를 방안에 설치했어요.

방안에는 할아버지 할머니만 남았죠.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 같아 모니터를 확인하지 않았고…휴먼다큐멘터리는 아닙니다. 잘 짜여진 로맨틱 드라마죠". 영화 '죽어도 좋아'의 기획자는 '단적비연수'로 데뷔한 박제현 감독. "신인을 키우고…우리 영화의 대안으로 등장한 디지털영화의 범위를 경험하고 싶어 이 영화를 기획했습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영화는 의외의 수확을 남겼다. 마케팅비를 포함하여 6억원이 조금 넘는 저예산영화가 제도권에 진입한 것이다. 한국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이다. 하지만 대중은 이를 눈여겨보지 않는다. 구강성교나 섹스실연에 주목할 뿐이다. 가리키는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을 보고 있다.

대경대 방송연예제작학과 교수 sdhantk@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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