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걸이 송년대사로 자리 굳힌 대통령 선거가 21세기 첫 대통령으로 노무현 후보를 선출하고 막을 내렸다. 동이서노(東李西盧). 이 나라가 무엇이 크다고 동서로 다시 쪼개 놓은 이번 대선 분포도를 보면서 끝내 견원지간(犬猿之間)으로 남을 듯한 골 깊은 영호남 반목을 새 당선자는 무슨 수로 해결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개표결과 복귀가 하릴없겠지만 이력서상 절대 불리한 노 후보가 상대를어떻게 이길 수 있었는지는 한번 짚어봄직하다. 그는 상대후보에 비해 10년 이상 젊었다. 공약대결(행정수도 이전 등)에서 이겼다. 그의 인상이 서민들에게 정감을 준다. 그의 인생역정이 잡초 같아 추진력이 뛰어날 것이다.
15대 대선 복사판인 듯한 이번 대선을 숨가쁘게 지켜본 국민들은 과반수 득표에 실패한 김대중 대통령이 다수의 반대유권자에 대한 부담을 안고 끝내 국민통합에 실패한 사례를 지적하며 불안해하고 있다. 모두 새 대통령 당선자의 우선 과제가 흐트러진 민심을 수습하는 일이라고 말하고 있으나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국민들은 16대 대통령을 뽑으면서 이번만은 힘있는 대통령이 나와 이 혼돈시국을 말끔히 정리하고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아주길 소원하고 있다.
존경하고 싶은 대통령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 출마자나 대통령은 말끝마다 국민들을 그렇게도 존경한다고 외치고 있는데 국민들이 진정 존경하는 대통령은 왜 안나오는지 모르겠다. 우리나라 55년 15대 8명의 대통령사를 보면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저분하다. 어쩌면 사관(史官)을 매수해서라도 깨끗이 지워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돈 욕심을 이기지 못해 법정이나 청문회를 전전하며 전과자가 되거나 유배된 대통령(2명), 장기 집권욕 때문에 헌법을 고치다가 임기도 못 채우고 쫓겨나거나 불명예 제대한 대통령(2명), 사흘이 멀다고 대 국민 사과문을 낸 운 없는 대통령(2명), 아들이 살인, 뇌물수수등으로 범죄자가 되면서 제가(齊家)도 못하면서 치국(治國)이 뭐냐고 욕먹은 대통령(6명), 임기를 1년도 못 채운 2명의 대통령(윤보선, 최규하)을 제외한 나머지 여섯 분은 모두 화려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최근 대통령 업적평가 전문기관이 발표한 대통령 성적표를 보면 또 한번 허망한 생각이 든다.
8명중 박정희 대통령만이 겨우 60점(만점100)을 넘겼을 뿐 나머지는 모두 낙제점수다. 대한민국에 이렇게 사람이 없는가 아니면 국민들의 선택이 번번이 잘못된 건가. 이번 대통령은 뭔가 다를 것이다 라는 기대는 새 대통령이 뽑힐 때마다 늘 있었다.
이번 대통령 당선자는 전직 대통령의 실정을 반면교사로 삼아 국민들의 갈증을 풀어주길 바란다. 우선 초심(初心)으로 돌아가 마음을 비워야 한다.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은 업적평가에선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았으나 인사관리, 도덕성에서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는 곧사연 많은 복잡한 대통령이다 보니 한 많은 가신, 식객, 친인척의 무리한 요구에 초연하지 못한데 대한 업보다.
대통령은 우선 깨끗해야 한다. 선거가 끝나자마자 항간에선 어떤 재벌그룹이 망한다는 소문이 이미 나돌고 있다. 새 대통령 당선자가 이번 선거와 관련 비협조적이거나 등돌린 대기업을 기억하고 있다면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다. 다음으로 도덕성과 신의다.
우리나라 대통령은 하나같이 말년 운이 없다. 사람은 떠날 때 뒷모습이 아름다워야 한다고 했다. 만인 환영 속에 등극한 대통령이 왜 물러날 땐달아나듯 용상에서 떠나는가? 공자는 군주가 백성을 다스리는 3대 조건가운데 신의를 으뜸으로 꼽았으며 다음이 백성을 배불리 먹이는 것, 외침으로부터 백성을 보호하는 일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사람을 잘 써야 한다. 대통령으로서의 승패는 인사에 달려있다. 이번 새 대통령은 과거의 다른 대통령에 비해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성숙해 있는 편이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을 가슴깊이 새겨, 온 국민을 행복하게 만들수 있도록 국정수행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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