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02문화인물-(3)무용가 김용철

무용가 김용철(38)씨의 무대를 보면 꽉 찬 느낌이다. 강렬한 듯 하면서도 부드러운 선이 살아있고 파격적이되 한국춤의 끈을 놓치지 않는다.

김용철씨는 신인이 두드러지지 않는 대구·경북 무용계를 10여년째 꾸준한 활동으로 지키고 있는 중견 무용가. 계명대 무용학과 졸업 후 서울시립무용단원으로 4년간 활동했으며 99년에는 문화관광부가 선정한 신진예술가에 뽑히기도했다. 서울미래춤비엔날레(97년), 바뇰레국제안무가대회(98년) 뿐 아니라 세계무용축제와 독일 예술제, 서울국제무용제에 참가하는 등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남성무용수 위주의 무용단 '섶'을 10여년째 이끌어오고 있다. 또 경북에서 유일한 전문무용단인 구미시립무용단 안무자를 맡아 2년째 활동 중이다. 무용평론가 정순영씨는 평론집 '춤추는 바보 춤못추는 바보'에서 김씨에 대해 "예술성과 대중성이 공존하는 무대"라면서 "항시 개성, 새로움, 실험적 작업을 정신의 모토로 삼고 있고…현대 감각이 어우러진 한국춤을 창출한 것이 특색"이라고 평하고 있다.

그가 안무를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 중 하나는 '대중성'을 가지는 것이다. 무용이 무대 안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가장 유행하는 대중의 흐름을 무대 안에 끌어 들여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그래서 구미시립무용단 공연에서는 학생들의 댄스 동아리나 지역 그룹사운드 등을 발견하기 어렵지 않다.

대구 무용계에서 '중견'쯤 역할을 맡고 있는 김씨는 윗세대와 아래세대를 연결시키는 고리 역할도 한다. 그런 만큼 무용계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아프게 지적할 수 있고 이를 개선시킬 수도 있는 위치에 있는 셈이다.

우선 한해 무용계를 결산해봐도 두드러진 신인이 나오지 않는 이유에 대해 물어봤다. 그는 "3단계 구조가 너무 짙다"고 지적한다. 40, 50대의 선생 밑에 대학 강단에 서는 강사층, 그 밑으로 젊은 사람이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독자적으로 젊은 춤꾼이 두드러지기란 어렵다는 것. 그는 "젊은 사람에게 기회가 잘 주어지지 않는다"면서 "그 속에서 내 자신을 찾고 내 상품을 찾으려고 노력해왔다"고 한다.

인력이나 재정적인 면에서 젊은 춤꾼들이 독립하기 힘든 현실도 신인들의 진출을 막는 요인. 그는 이를 극복하기위한 대안으로 '소극장 운동'을 제안한다. 작은 공간에서 상설 무대를 만들어 젊은 춤꾼들이 다양한 실험적 시도를 할 수 있는 장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

그는 계획만큼이나 욕심도 많다. 앞으로 '영화 무용'을 공부하고 무술 속에서 한국춤의 선을 끌어낼 계획이다. 또 내년 즈음에 다양한 야외무대공연과 함께 1시간 가량의 '솔로춤'을 구상중이고 전국에 흩어진 20, 30대 젊은 춤꾼들을 모아 공연도 가질 생각이다.

개인공연 10여차례와 그룹전 100회 이상 공연한 그의 손끝 발끝에서 다음에는 어떤 춤이 나올까. "춤의 대중성을 확보하고 남성무용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이 목표"라는 그의 말에서 그 단서를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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