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가 선 자리는 어디인가. 계미년 새해가 밝은 오늘, 맑고 향기로운 삶을 실천해 온 스님의 새 책을 통해 '뿌린대로 거둔다'는 인과(因果)의 질서와 도리를 새삼 되새겨본다.
인륜이라는 말조차 떠올리기 거북스러운 막된 세태를 경계하며 인간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무소유의 대명사로 시대의 순수 정신으로 손꼽히는 법정 스님이 대중의 흐린 눈을 맑게 해 주는 여러권의 책을 도서출판 동쪽나라에서 내놓았다.
먼저 '인연 이야기'는 자신이 뿌린 것은 자신이 거둔다는 인과관계를 바탕으로 복잡한 삶 속에서 점점 메말라가는 사람들의 마음밭을 일궈주는 이야기이다.
이 책은 현우경(賢愚經)·잡보장경(雜寶藏經) 등 대장경의 본연부(本緣部)에 속한 경전을 옮긴 것이다.
석가의 전생 이야기나 출가한 불제자 또는 독실한 재가 불자에 대한 설화를 통해 석가가 현세의 수행만으로 정각(正覺)을 이룬 것이 아님을 전한다.
끝없는 과거 속에서 구도자로서 많은 덕을 베풀어 현세에 부처님이 되었다는 인과의 법칙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참 좋은 이야기'·'참 맑은 이야기'는 법정 스님이 어린이들에게 따로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들이다.
세상살이에서 보고 들었던 이야기, 다른 책에서 읽었거나 경전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저마다 다르지만 그 안에 스민 의미는 하나이다.
그것은 사랑과 자비, 봉사와 희생, 청빈과 보시이다.
끊임없는 세월이 흘러도 늘 변하지 않을 인류의 소중한 정신적 자산이다.
스님은 내일의 주인공인 어린이들이 사랑과 평화와 나눔의 정신으로 이웃과 더불어 아름답게 사는 세상을 일구어 나갔으면 하는 마음을 담았다.
'화엄경'도 이웃과의 관계가 어떻게 이루어져야 인간다운 삶을 이룰 수 있는가를 여러가지 비유와 이야기를 들어 서술하고 있다.
경전에 나오는 등장 인물들은 과거 속의 사람들이 아닌 바로 오늘 우리 스스로의 모습인 것이다.
'스승을 찾아서'는 선재동자가 53인의 스승(禪知識)을 찾아 가르침을 듣기 위해 천하를 헤매면서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는 간절한 구도여행기이다.
자아의 참모습에 눈을 뜨게 해 주는 스승의 존재에 대한 의미를 새삼 깨닫게 해준다.
스님은 '마음이 곧 부처'(心卽是佛)임을 설파한다.
진리를 마음 밖에서 찾으면 겉돌기 마련. '마음 밖의 부처는 없다'(心外無佛)는 것은 곧 인간의 본질적인 주체성을 선언한 말에 다름아니다.
스님이 책에서 전하려는 메시지도 바로 오늘 현실에서 그리고 자기 안에서 최선의 길을 찾으라는 것이다.
'어지러운 세상이야말로 좋은 시절이 아닌가'(亂世好時節)란 조주선사(趙州禪師)의 역설을 떠올려본다.
올해는 그래서 '날마다 좋은 날'(日日是好日)이기를….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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