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교동'과 '상도동'-김영삼.김대중이란 이름석자조차 신문에 내놓고 쓰지못했던 군부독재 시절, 그들이 사는 동네이름을 따서 기자들이 그렇게 붙였던 이 이름들은 '민주화의 상징'인 동시에 민주발전을 더디게 만든 계보정치.가신정치의 대명사이기도 하다.
김대중 대통령은 이 '동교동'이란 이름을 어제부터 못부르게 함으로써 '익명시대 종말'과 '노무현 정치'의 시작을 선언했다.
김대통령이 퇴임을 두달이나 앞두고 계보해체를 지시한 것은 작게는 퇴임후 정치불개입을 선언한 것이요, 크게는 국민의 변화와 개혁에의 열망을 실현하려는 노무현 당선자의 정치포석에 걸림돌을 없애주겠다는 생각으로 읽힌다.
낡은 정치에 대한 결자해지(結者解之)의 뜻이다.
김대통령은 아울러 아태재단의 꿈도 접고 내주쯤 대학기부 문제를 확정짓겠다니 정치사의 부침(浮沈)이 참으로 묘하다.
우리는 대통령 당선자의 주변사람들에게 동교동 해체를 지시한 DJ의 뜻, 그 행간(行間)을 열심히 읽기를 권한다.
상도동과 동교동이라는 가신그룹이 양김(金) 정치에 끼친 적폐는 더이상 적시할 필요가 없을 터이다.
그들은 이땅의 야당을 지켜내고 민주화를 이끌어 냈지만 동시에 인사(人事)와 이권에 탐함으로써 유종의 미(有終之美)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교훈으로 남겨주었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비단옷 입고 밤길 걷는 금의야행(錦衣夜行)의 어리석음을 범했던 것이다.
앞으로 급속히 불어날 '노무현의 사람들'이 가훈처럼 새겨야 할 경험담이다.
때맞춰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오늘 각기 개혁특위 첫회의를 열어 '정치쇄신'이란 숙제보따리를 푼다고 한다.
민주당은 "개혁은 선택이 아닌 사활의 문제"로, 한나라당은 "정치개혁과 국가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다룬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양쪽 모두 새로운 주류와 새로운 비주류가 당연히 생겨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새로운 '계보'가 되게는 하지 말라. 개혁하려는 자가 다시 개혁의 대상이 되는 것-그것이 '동교동의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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