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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새해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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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의 술잔과 무엇을 향한 탄식으로 얼룩진 연말이 가고 또 바쁘게 새해가 왔습니다.

세월이 자신의 나이만큼 빨리 간다지만 나에게는 더 과속인 것 같습니다.

그 세월의 속도감은 크게 감동적일 것도 없이 46년을 살아왔다는 자책감과 버려야하고 잊어야만 할 것들만 잔뜩 껴안고 사는 내 자신의 무력감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새해 첫날 뭔가 새로운 결심을 한다거나 거창한 계획을 세운다는 것이 매년 후회만을 더 하기에 올해는 아무 결심도 계획도 세우지 않으렵니다.

단지 하늘의 구름같이, 빈 들판의 바람같이 그렇게 허허롭고 단순하게 살고 싶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더 어려운 결심이고 더 힘든 삶이란 것을 오히려 더 잘 압니다.

그래서 마음을 버리기 위해 가까운 팔공산으로 산행을 나섰습니다.

복수의 칼날 보다 더 푸른 하늘을 이고 선 한겨울 팔공산은 소리 없는 아름다움이었습니다.

지난 계절의 빛나는 녹음도 붉은 아우성도 이제 다 지쳐 놓아버리고 빈 침묵만을 매달고 서있는 나목(裸木)들은 더 없이 홀가분한 존재의 고요함이었습니다.

언 계곡 물은 더 깊고 고요하게 속으로만 흐르고 있었습니다.

산은 며칠 전 겨울 삭풍이 뿌리고 간 흰눈을 정수리에 이고 안으로 안으로 침잠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살아있기에 버리지 못하고 껴안고 사는 아픈 상처 같은 나뭇잎 몇 개가 아직 빈 가지를 부여잡고 흔들립니다.

여태껏 사는 것이 괴로웠던 것은 그저 사는 것은 잊는 것 인줄 모르고 한겨울에 언 솔잎같이 부둥켜 안고 가려는 어리석음 때문이었습니다.

빈 가지에서 흔들리던 나뭇잎 하나가 툭 떨어집니다.

사는 것은 잊는 것이라고, 사는 것은 잊는 것이라고, 잊으며 사는 것이라고 북서풍 겨울 바람이 귓전에 속삭입니다.

남은 나뭇잎 하나가 또 떨어집니다.

그러나 삶이란 또한 그 무엇인가에 정성을 쏟는 일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하기에, 내 곁에는 사랑하는 가족도, 직업도, 산도 있기에 그 무거운 자책감과 무력감을 털어 내고 애써 힘찬 발걸음 옮겨봅니다.

올려다본 하늘은 서럽도록 푸르렀습니다.

안과 전문의 서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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