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유학원' 소비자민원 늘어

청년 실업이 심각해진 뒤 해외 유학을 꿈꾸는 대학생이 많아졌다. 심지어 초중고생들도 조기 유학을 가거나 방학을 이용해 해외 경험을 넓히려 할 정도. 이럴 때 이들이 거치는 곳이 '유학원'이다. 유학할 국가.과정.기간 등 전반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기때문.

◇줄 잇는 상담 = 지난 7일 오후 4시쯤 대구 동성로 한 유학원. 강모(26.대구대3)씨가 진지하게 단기 어학연수 상담을 하고 있었다. 대학을 휴학하고 6개월 단기 연수에 1천여만원을 쓸 예정으로 이달 말 출발하려 한다는 것.

"취업을 위해서는 좋은 토익 점수가 필수여서 해외 어학연수를 결심했다"며 외국에 가 본 적이 없어 모든 것이 걱정스러운 듯 현지 대학.특색.학비 등을 꼼꼼히 따졌다. 이 유학원 이운식(32) 상담실장은 "단기 어학연수 상담자가 하루 3, 4명은 된다"고 전했다.

같은 날 인근 ㄱ유학원에서는 딸(10)의 캐나다 조기유학을 위해 1년6개월 계획으로 떠나려 한다는 한모(42.여.범물동)씨가 학교를 선택하느라 고민을 거듭하고 있었다. 초교 4년생에 불과한데도 딸이 바이올린.미술.영어 등 학원을 둘러 밤 10시는 돼야 돌아오는 것이 가슴 아파 "공부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세상이 넓다는 것을 볼 수 있게 해 주고 싶다"고 했다.

대구 사교육비만 하면 캐나다 유학이 가능하다는 것. 한씨는 "주변에 아이를 조기유학이나 단기 어학연수 보내는 사람이 많다"며 "초등학교 때 보내는 것이 영어 습득이나 돌아와 학업 따라가기에 좋을 것"이라고 했다.

김경동(26.경북대4)씨는 오는 18일 미국으로 단기 어학연수를 떠날 예정이다. 작년 8월 미국 CPA 자격을 취득한 김씨는 아무래도 그들의 생활.사고 방식을 익혀두는 게 외국계 회사 입사에 유리할 것 같다며, 현지에서 많은 사람을 사귀고 사정을 봐 가며 체류 일정을 늘일 계획"이라고 했다.

◇유학 얼마나 가고 유학원은 얼마나 되나 = 유학원 관계자들은 일년에 대구에서 해외 유학 나가는 학생을 대략 8천여명으로 잡았다. 또 숫자가 해마다 20여%씩 꾸준히 증가한다고 전했다. 유학 가는 8천여명 중 90여%는 단기 어학연수. 그 중 60%는 미국.캐나다, 40%는 호주.뉴질랜드.영국.일본으로 떠난다고 했다.

유학원은 이들을 위해 정보를 제공해 주거나 절차를 대행해 주고 단기연수 경우 15만∼20만원, 정규 유학은 80만∼150만원을 받는다고 했다. 대구에서는 이런 유학원이 1985년 동성로 ㄴ유학원을 처음으로 생겨나기 시작, 3, 4개가 활동하다 1988년 해외여행 자유화 후 급증해 IMF사태 직전에는 15~20곳으로 불었고 지금은 40여개가 영업 중이다.

특히 최근에는 취업이 어렵자 해외유학을 다녀온 고학력자들의 유학원 설립이 많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그러나 유학원들은 이제 경기가 전 같잖다고 했다. IMF사태 이전이 최고였으나 지금은 업체가 늘고 인터넷 등을 통해 정보를 얻는 유학 희망자도 많아졌기 때문이라는 것.

관계자들은 유학 가는 8천여명 중 3천여명은 유학원, 2천여명은 여행사을 통해 나가고, 나머지는 인터넷 등을 이용해 개인적으로 유학 간다고 했다.

한 유학원 원장(46)은 "대구 유학원 3분의 2의 수익이 전보다 떨어졌다"고 했다. 그때문에 작년에는 ㅅ유학원.ㅇ유학원 등 대구의 대표적 유학원이 문을 닫았고 지금도 일부 유학원은 사무실을 축소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수수료 분쟁도 = 김모(25.대구 복현동)씨는 작년 8월 서울의 한 유학원에 중국 어학연수 수속대행을 의뢰하고 31만3천원을 지불했다가 시비를 빚었다. 그 얼마 후 포기해야 할 상황이 돼 계약 해지 및 환불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는 것.

이모(23.대학생)씨는 작년 4월 필리핀 24주 어학연수를 위해 492만4천원을 지불했지만 현지에 가니 계약 내용과 달랐다고 했다. 계약서에는 강사 전원이 영문과 교수로 돼 있었지만 실제로는 7명 중 영문과 출신은 2, 3명에 불과했다는 것.

한국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유학과 관련된 전국 소비자 민원은 1999년 145건, 2000년 200건, 2001년 292건 등으로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유학이 늘어난 것이 원인. 대표적 시빗거리는 계약 중도 해지 때의 대행수수료 반환 문제, 불성실한 대행, 현지 상황과 다른 계약 내용 등이라고 했다.

이에 공정거래위는 작년 9월 계약 중도 해지 때 업무 처리단계에 따라 일정 금액을 공제토록 하는 표준약관을 만들기도 했다. 이 위원회 제도개선과 조의제 담당관은 "소비자들이 표준약관을 잘 파악한 뒤 유학원과 계약해야 피해를 피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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