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많은 고객을 잡아라'.
은행들이 마치 전쟁을 치르듯이 우량 고객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거액 재산가'를 대상으로 특화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라이빗 뱅킹(PB·Private Banking) 점포를 앞다퉈 열고 있다.
은행들이 VIP 고객 유치에 힘을 쏟는 것은 이들을 확보하면 수익성이 매우 높기 때문. 전체 은행 고객 중 은행에 보탬이 되는 고객은 상위 20%정도. 이 가운데에서도 10% 정도가 은행 예금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은행마다 초우량 VIP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는 것. '참깨 백번 구르는 것보다 호박 한번 구르는 것이 낫다'는 금융가의 속설에 딱 들어맞는 영업전략인 셈이다.
대구은행은 지난해 10월 대구시 수성구 지산동 동아백화점 수성점 맞은편 건물에 VIP클럽 지산점을 열었다.
지산·범물지역 아파트에 거주하는 중산층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서였다.
문을 연 지 3개월만에 고객이 80명, 수신고는 240여억원에 이르는 등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96년 초 본점에 VIP클럽을 연 대구은행은 죽전·지산 등 3곳의 VIP 클럽을 운영중인데 현재 거래고객이 1천여명, 수신고가 4천억원을 넘고 있다.
VIP클럽 지산점은 다른 지점에서 볼 수 없는 레이아웃으로 우선 눈길을 끈다.
고급스런 벽지, 편안한 느낌의 원목으로 마감된 실내에다 PDP까지 갖춰 마치 호텔을 연상케 할 정도다.
지점에 근무하는 전문 금융상담역 2명은 고객들에게 일반 금융업무는 물론 법률·세무 등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유영문 실장은 "전체 고객 중 상위 몇 %가 은행에 큰 수익을 가져다주는 만큼 이들에게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VIP 마케팅을 은행마다 강화하고 있다"며 "고령사회로 자산관리가 필요한 고객들이 급증하기 때문에 PB 점포들이 더욱 늘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80여개 지점마다 별도로 VIP 룸을 만들어 우량고객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
99년부터 VIP 룸을 설치한 범물동지점 경우 523억원이던 수신고가 3년만에 1천50억원으로 증가하는 등 성과를 거두고 있다.
고객들에게 재테크 상담은 물론 세무,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곳 역시 원목으로 실내를 장식하고 편안한 느낌의 소파를 마련하는 등 고급스런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이석채 차장은 "고객들에게 밀착해 1대 1 서비스를 제공하다보니 고객들의 반응이 매우 좋다"고 말했다.
기업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 다른 은행들도 PB 룸을 만드는 등 우량 고객 확보에 치중하고 있다.
은행 관계자들은 "VIP 고객을 잡기 위한 은행들의 PB 서비스는 '고객제일주의'에 반대되는 차별적 마케팅이어서 일반 고객들이 느끼는 서비스의 질이 저하하는 문제도 있다"며 "또 전문인력 확보, 노하우 축적 등 PB서비스의 질을 높이려는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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