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익명의 폭력'도 개혁 대상이다

대선을 기점으로 정치화한 인터넷이 '폭력화'의 도(度)를 넘어선데 우려를 금할 수가 없다.

누군가가 민주당 의원들의 대선(大選) 논공행상을 핑계삼아 전원을 공신과 역적으로 편가른 '살생부'를, 그것도 대통령 당선자의 홈페이지에 올려 민주당 뿐아니라 야당의 민심까지 흉흉하게 만들어버렸다.

한사람을 키우기는 참으로 어렵지만 열사람 죽이기는 참으로 쉬움을 우리는 생활의 경험으로 안다.

'개혁'이 정말로 이 시대, 새정권의 화두(話頭)라면 인터넷을 통한 '익명의 폭력'도 개혁의 대상이어야 한다.

'익명'의 간판뒤에 숨어서 고래고함을 지르고 정치적 편가르기를 꾀하는 것은 일종의 '비겁'이다.

목표달성을 위해 '과정'을 무시해도 좋다는 식의 이런 류의 자기합리화는 개혁의 저쪽이지 이쪽이 아니다.

한달전 대선에서 우리는 사이버 선거운동의 흑백선전·불법성의 폐해를 충분히 경험했다.

그것은 가히 인터넷바다의 '테러리스트'였다.

심지어 일간지 여론조사 결과를 완전히 조작해서 올려놓기도 했었음을 우리는 기억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당선자의 개혁팀이 인터넷을 통해 정책을 제안받고 인물을 구하겠다고 한것은 자유롭고 평등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인터넷이 국민이 요구하는 바 개혁의 새 시대를 열어주는 멋진 도구가 되리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순(順)기능을 망치는 역(逆)기능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음을 우리는 심각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인물추천과정에서 보이고 있는 사실의 과장·인신공격 등의 사례에 이은 '민주당 살생부'는 인터넷정치의 폐해의 시작을 보는 느낌이어서 안타까운 것이다.

인터넷이 시대의 총아로써 기능하게 하자면 '윤리'가 기본적으로 바탕하지 않으면 안된다.

인터넷은 잘쓰면 약이요, 잘못쓰면 독(毒)이다.

당선자가 '인터넷 정치'의 실험의지를 밝히고 정책과 장관까지 추천받는 마당이기에 우리는 이번 살생부를 '인터넷 윤리'회복의 단초로 삼길 촉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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