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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자 추모 2차 시민대회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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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참사 희생자 추모 2차 시민대회가 열린 2일 오후 4시쯤 대구의 하늘은 온통 검은 구름으로 가득했다. 오전까지만 해도 봄 햇살이 기분좋게 내리쬈지만 시민대회가 시작할 즈음 시민의 슬픔에 하늘도 동참하는 듯 했다.

지난달 26일 1차 시민대회에 이어 대구 중앙로에서 열린 2차 시민대회에도 2천여명의 시민들이 참가했다. 실종자 가족 200여명은 연단 앞쪽에 자리 잡았고 그 뒤로 자리한 시민들은 촛불 대신 수질(상복을 입을 때 머리에 두르는 짚으로 감은 둥근 테)을 둘렀다.

사회를 맡은 시민사회단체 대책위 김진곤(35) 사무국장은 차분하게 이날 행사의 의미를 설명했지만, 전국환경운동연합 정학(62) 공동대표가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간 이들을 가족들은 뜬 눈으로 밤새워 기다린다"고 추모하자 실종자 가족들의 오열이 시작됐다. 대구직업전문학교 디지털사진과정에 다닌다는 양지혜(22.대구 괴전동)씨는 "수업 과제로 사진을 찍으러 왔지만 실종자 가족들의 오열하는 모습에 감정이 북받쳐 제대로 셔터를 누를 수 없다"며 연신 눈물을 훔쳤다.

1차 대회 때도 참가했다는 경북대 2년 송준욱씨는 "1차 대회가 슬픔의 표출장이었다면 오늘은 대구시의 사고 수습과정에서 보인 무능력에 대한 분노의 장"이라고 했다. 실종자.사망자.부상자 가족 대표들이 차례로 연단에 올라 사고 수습대책본부의 무능력을 비판하고 시장 사퇴를 요구했다.

시민사회단체 대책위 이연재 상임대표는 "운행 중인 전동차를 시민의 힘으로 세우자"며 안전 대책 없이 지하철을 개통한 대구시를 성토했다. 사망자 유족 대책위원회 엄신길(51) 위원장은 "실종자 문제가 빨리 해결될 수 있도록 힘껏 도울 것"이라고 했다.

시민들은 특히 지난달 25일 안심기지창 쓰레기 더미에서 발견된 유류품 사진 입간판을 보면서 분개해 했다. 김주보(40.대구 신천동)씨는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느냐"며 "너무 심하고 처참하다"고 했다. 안내견을 데리고 나온 정의식(대구대 특수교육3)씨는 "1차 대회 때 못 와서 아쉽다가 실종자 가족들에게 조그만 힘이라도 보태고 싶어 나왔다"고 했다.

7시쯤 행사를 끝낸 시민들은 시청으로 몰려 가 "조해녕은 물러가라"고 외쳐댔다. 그러나 200여명의 경찰관들에 에워싸인 시 청사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이창환기자 lc15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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