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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산업기지 대구 "한발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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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부와 양성자기반공학기술개발사업단이 추진하고 있는 대형 기초과학시설인 '양성자선형가속기'의 유력한 후보지로 대구가 급부상하면서 지난 10년간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대구경제의 구조가 과학기술 기반의 첨단산업으로 탈바꿈 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양성자기반공학기술개발사업단은 18일부터 7일간 대구와 전북 익산, 전남 영광, 강원도 춘천 및 철원 등 후보지로 1차 선정된 5개 지역에 대한 실사를 거친 뒤, 내달 중양성자가속기 설치 지역을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양성자가속기의 대구 유치가 지역경제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유와 양성자가속기 설치 후보지로서 대구의 경쟁력을 살펴본다.

◆대구의 첨단과학공원 계획=대구시는 양성자가속기(가속기 설치 면적만 10만평)가 들어설 동구 각산동 일대 157만평을 첨단과학공원으로 만들 방침이다.

연구·개발(R&D)에 양성자가속기를 활용해야 하는 고에너지물리연구소를 비롯, 각종 국책, 민간 연구소를 주위에 유치해 연구개발단지를 조성하고, 연구기관으로부터 스핀 오프(spin off)되는 첨단벤처기업을 육성할 첨단기술단지도 갖출 예정이다.

첨단벤처 육성을 위한 공간은 인근 경산지역 등으로 확대, 첨단과학공원 조성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를 대구는 물론 경북지역으로까지 넓힘으로써 대구-경북간 광역 첨단산업 클러스트를 구축할 계획이다.

◆지역산업구조 혁신 및 경제적 파급 효과=대표적 기초과학연구시설로 분류되는 양성자가속기가 대구·경북 경제에 왜 그토록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가. 양성자 기반 공학기술 개발 단계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를 살펴보면 간단히 이해할 수 있다.

양성자가속기 착공후 3년이 지나 '20Mev급' 가동이 정상화되면 다기능성 플라스틱 제조, 차세대 초집적회로(ULSI), 초소형기기(MEMS), 신종 유전자원 개발, 반도체 산업 등이 직접적 영향을 받는다.

이 같은 산업적 파급효과는 10년 후 '100Mev급'으로 발전하면 내방사선반도체 소자 개발, 인공위성 탑재 장비 개발, 우주환경 영향 평가, 방사선 생물학, 전자 및 대전자전 무기체계 개발, 대인용 RF(라디오 주파수) 무기체계, MW(마이크로웨이브) 원거리 통신 시스템 등에 원천기술을 제공한다.

정부의 추가적 집중 투자로 '1Gev급' 양성자가속기가 운영될 때는 초정밀 양성자 유도기술, 실시간 영상처리 기술, 간암·폐암·식도암 치료, 단백질의 실시간 분석 및 관련 신약개발, 노화방지 연구, 신종 RI(동이원소)를 이용한 새로운 치료 및 진단기술, 핵파쇄 중성자를 이용한 나노분석 기술 등으로까지 활용될 수 있다.

양성자기반공학기술개발사업단은 수입대체 연 6억6천200만 달러(7천944억 여원), 수출 연 2억6천만 달러(3천120억 여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이 수치는 양성자기반공학기술개발사업 자체만 분석한 것이다.

만일 대구가 양성자가속기 유치에 이어 현재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가칭)대구과학기술연구원까지 유치에 성공할 경우 그 시너지와 경제적 파급효과는 상상을 초월한다.

현재는 물론 미래의 핵심산업인 IT, BT, NT, 우주항공 등의 원천기술을 제공하는 양성자기반공학기술연구와 응용연구기관인 대구과학기술연구원의 역량이 합쳐지고, 또 대구·경북 지역 50여 개 대학 및 의과대학, 종합병원 등이 보유하고 있는 거대한 두뇌집단이 이들과의 협력으로 시너지를 극대화 한다면 대구·경북은 말 그대로 과학·기술과 첨단산업, 교육, 문화가 어우러지는 '21세기 테크노폴리스'로 거듭날 것이다.

◆대구의 경쟁력=양성자가속기 유치가 갖는 엄청난 경제적 효과 때문에 대구와 전북, 전남, 춘천, 철원 등 후보 지역 지방정부들은 이 프로젝트에 모든 역량을 집결시키고 있다.

일부 후보지역은 주민까지 토지수용에 적극 응하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시하며 측면 지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입장에서 볼 때 어느 지역을 선택하든 양성자가속기를 설치하고 운영하는 부문에서는 큰 문제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양성자가속기를 활용한 연구의 성과를 극대화하고, 또 이 성과들을 산업화로 연결시켜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경제적 효율성의 측면에서 보면 대구는 다른 후보지를 월등히 압도한다.

양성자가속기 연구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경북대 고에너지물리연구소는 포항공대, 부산대,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KAIST, 전남대, 전북대 등 전국 17개 대학 40명의 박사급 연구원과 석·박사 과정 100여 명으로 구성된 이 분야 국내 유일의 우수연구센터(SRC:과학재단 선정)로서 세계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많은 연구업적을 쌓아왔다.

전북대가 이번 프로젝트를 염두에 두고 최근 자체 양성자가속기연구소를 설립했지만, 대외적으로 인정될만한 연구업적을 이룩하지는 못했다는 평가다.

또 경북대와 협력, 이 사업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포항공대 전자선형가속기(=방사광가속기)연구소는 40분~1시간 거리에 위치하며 세계 수준의 전문연구인력을 자랑한다.

이밖에도 경북대 방사선과학연구소, 계명대 자연과학연구소, 계명대 의과학연구소, 대구가톨릭대 자연과학연구소, 영남대 공업기술연구소, 영남대 기계기술연구소, 영남대 기초의학연구소, 영남대 기초과학연구소, 경산대 기초과학연구소, 경산대 환경시스템연구소 등은 양성자 가속기를 활용한 응용과제에 참여할 수 있는 지역의 대표적 연구소다.

손동철 경북대 고에너지물리연구소장은 "춘천이 사실상 수도권 지역으로서 서울중심의 관점에서 볼 때 접근성이 유리하다는 점을 제외하고, 전국토의 측면에서 대구 후보지의 교통, 환경 등 입지여건은 최고 수준"이라며 "양성자가속기 R&D의 확장성이 어느 지역보다 높은 곳이 대구인 만큼 최선을 다해 대구 유치를 성사시키겠다"고 말했다.

◇양성자가속기란

원자의 중심핵을 이루는 기본입자인 중성자(neutron), 양성자(proton)를 가속시켜 다발이나 연속적으로 높은 에너지를 생산해내는 장치. 고에너지 고출력 양성자가속기로 생산된 양성자를 물질에 충돌시키면 중성자와 다른 종류의 많은 소립자가 발생하는 데 이들을 연구하면 물질의 근본구조에 대한 깊은 이해가 요구되는 기초과학연구에 도움이 된다.

특히 이 같은 기초연구를 산업적으로 응용할 경우 물질구조 변경을 통한 신소재 개발 및 암치료 등 첨단의료기기 개발, 유전자 조작, 농산물 저장, 환경오염 해결 등 IT(정보기술), BT(생명공학), NT(나노기술), ET(환경기술), ST(우주기술) 등 거의 모든 첨단산업에 활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들은 1990년대 후반부터 고에너지(수백 Mev~수 Gev) 대전류(10mA 이상)의 대용량 양성자가속기를 개발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각각 SNS(Spallation Neutron Source) 및 HIPA(High Intensity Proton Accelerater) 프로젝트를 통해 오는 2006년까지 양성자가속기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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