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땅을 따르고, 땅은 하늘을 따르며, 하늘은 도를 따르되, 있는 그대로의 도보다 높은 최상에 있다(人法地 地法天 天法道 道法自然)'는 말이 있다.
인간을 포함한 우주를 대상으로 하는 자연과학, 인간의 본질과 그에 따르는 문제들을 다루는 인문학·사회과학을 통틀어 기초학문이라 하는 까닭도 이 때문이다.
영국의 소설가이자 물리학자인 스노가 비과학자가 '자연의 자발적 과정은 우주 천체의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일어난다'는 열역학 제2법칙을 모르면 과학자가 셰익스피어를 모르는 거나 마찬가지 비극이라 한 말도 같은 이치다.
▲우리 삶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온 '과학기술의 발전'은 인류사의 중요한 화두 중의 하나다.
신의 섭리로만 믿어왔던 자연의 원리들이 속속 인간이 조작할 수 있는 지식의 형태로 밝혀지면서 과학은 날이 갈수록 인간 사회 전반에 가장 광범위하고 막강한 영향을 끼치는 존재가 됐다.
인터넷·생명 복제·우주 개척·물질 재창조 등으로 인간 생활을 지배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 막강한 영향력 때문에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
생명 복제에 따르는 윤리적 문제, 인공지능 로봇의 등장 가능성, 생태계 파괴 등은 '위험의 징후'들이 아닐 수 없다.
이젠 과학이 인간적 가치를 중시하는 인문문화와 정면으로 부딪치는 양상이며, 이 두 문화는 상호 대화조차 어려워지는 '이질화'로 치닫는 느낌이다.
이런 사정으로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꿈꾸는 인문적 가치와 욕구 실현의 물질적 실용성의 조화가 요구된다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양대가 과학과 인문학 상상력을 융합하려는 과학철학 등의 강좌를 교양 필수로 택해 화제다.
이 학교는 지난 학기부터 '과학기술의 철학적 이해'를 자연과학 계열에 도입한 데 이어 내년부터 인문·사회과학 계열에도 확대할 움직임이다.
자연과학에서도 문학·사상·철학·역사적 상상력이 없이는 차별화된 인재 양성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 시도된 이 강좌는 자연과학 이론이 인문학 발전에, 인문학적 상상력이 과학의 새 지평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관심을 모은다.
▲선진국의 문턱에 있는 우리나라가 이끌어내야 할 과제는 창의력을 요구하는 독자적인 기술의 추구에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인류의 역사를 통해서 보아도 대부분의 새로운 과학과 신기술은 논리적인 추론에서 나온 게 아니라 인간의 상상력을 현실화한 결과였다.
이성의 비판적 활동은 오랜 세월 인간·사회·자연에 대해 진지하게 숙고해온 인문적 성찰을 필요로 해왔다는 사실도 환기해 봐야 한다.
한양대의 이 같은 시도가 계기가 돼 과학과 인문학 사이의 진지한 대화와 융합을 위한 바람이 확산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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