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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불명 동춘이 살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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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녀1남의 막내로 태어난 동춘이(9.대구성남초교3년)는 어려운 가정의 한 등불이었다.

건축업을 하던 아버지는 교통사고로 가족을 떠났다.

어머니는 골다공증.고혈압으로 고생하고 있다.

지금 사는 곳은 200만원짜리 사글셋방. 2년 전 여상을 졸업한 큰 누나가 자동차 영업소에 취직하기 전까진 기초생활 수급 대상 가정이었다.

가족들은 이런 어려움도 동춘이가 있기에 이겨낼 수 있었다.

엄마에게 '오목' '알까기'를 가르쳐 주며 어리광부리는 동춘이는 여자들만 남은 가족들에게 살 의욕을 높여주는 힘이었다.

언제나 활기차고 개구장이여서 집안에 활력을 더했다.

그러나 동춘이는 지금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영남대병원 신경외과 중환자실에 20여일째 의식 불명으로 입원 중이다.

머리가 아프다고 해 병원을 찾은 것은 지난 6일. 감기인줄 알았지만 백혈병이었다.

백혈구 수치가 17만에서 이틀만에 40만으로 늘어날 정도로 급성이었다.

뇌출혈로 이어질 확률이 크다는 의사의 말에 따라 백혈구를 걸러내는 처치를 받았다.

그러나 맥박이 빨라지더니 8일 밤 혼수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CT 촬영 결과 뇌 여러 곳의 혈관이 터진 심각한 뇌출혈 상태로 드러났다.

의료진은 상태가 위급하지만 약물치료 외에는 손을 쓸 수 없다고 했다.

암세포도 이미 말초 신경계에까지 퍼진데다 혈소판 수치가 낮아 수술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가족들에게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했다.

가혹한 일들로 점철된 한 가정을 더 참혹하게 만드는 순간이었다.

어머니 김정순(49.대구 두류동)씨는 "내가 마흔살에 얻은 우리 가족의 보배"라며 무너져 내렸다.

작은 누나 혜진(20)씨는 "병 간호로 엄마 건강까지 해칠까 무섭다"고 했다.

학교와 교회에서 따뜻한 성금이 줄을 이어 동춘이네를 다독거려 줬다.

그러나 동춘이의 입원이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황. 동춘이네는 그저 중환자 보호자실에서 막둥이가 깨어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016-9717-2219(이혜진, 동춘이 작은 누나).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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