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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살아보니...-대학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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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학강단에 선 지 벌써 20년도 훨씬 넘었다.

한국대학생들이 준 첫인상은 스승에 대해 예를 깍듯이 한다는 것이었다.

멀리서 선생님이 지나가고 있는 것을 보게되면 쫓아가서 선생님에게 인사를 하는 학생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선생님을 그만큼 많이 공경한다는 것은 참으로 보기 좋은 일인 것 같다.

학생들은 스승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을 아주 예의에 어긋나는 것으로 여긴다.

그렇지만 대학생들의 음주문화는 생각보다 자유롭다.

오래 전 내가 대학 강단에 선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일이다.

많은 학생들과 같이 회식을 할 일이 있었는데 내 앞에 앉은 여학생에게 술 한잔을 권했더니 그 여학생이 '선생님 저 술 못합니다'라는 말로 사양을 해 나는 다시 권하지 않았다.

잠시 후 그 여학생을 찾아보니 다른 한 쪽에서 친구들과 주거니 받거니 술을 마시고 있었다.

한번만 더 권했더라면 그 여학생은 틀림없이 못 이기는 척 받아 마셨을 텐데 말이다.

그후로부터 여학생의 말을 다시는 믿지 않는다.

술자리에서 '나는 술 못 마신다'라는 여학생들에게 예외 없이 다시 한번 권해본다.

놀랍게도 그럴 때마다 여학생들은 더 이상 사양하지 않았다.

매 학년 초기가 되면 대학가 안팎이 '신입생 신고식'으로 들썩거린다.

술을 잘 못하는 신입생들에게 술을 사발째 권하고 고무신·운동화에 막걸리를 잔뜩 부어 마시게도 하는 등 신입생을 못살게 군다.

하지만 그 가운데 선후배 사이의 관계가 더 돈독해지고 서로 친해질 수 있는 이점도 있는 것 같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 여대생들의 또 다른 특징은 보통 고학년이 될수록 화장이 진해진다는 것이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화장이 짙어지고 긴 생머리에서 파마를 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은 요즘 들어 조금 변했다.

신입생들도 염색에서 화장, 파마는 기본으로 하고 오히려 더 개성을 추구해서인지 특이한 시도를 많이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나는 어느 순간인지 대학 문화의 모습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시대가 변하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내가 한국에서 학생들을 오랫동안 가르치고 있긴 한가보다.

그동안 대학문화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많이 변한 것 같다.

공경신( 孔慶信·중국·영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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