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달리지 못하는 철마

'철마는 달리고 싶다'. 우리 민족의 한과 염원이 담긴 이 구호가 우리 대구의 또 다른 아픔으로 다가올 줄이야 어찌 상상이나 했으랴.

온 국민에게 경악과 슬픔을 안겨주었던 지하철 참사가 일어난지도 석달째 접어들었건만 사태수습의 가닥은 여전히 잡히지 않고 있다.

지하철은 대구 교육대학 앞과 동대구역에서 발목이 잡혀 더 이상 달리지 못하고 있다.

멈춰선 지하철에는 동성로 상인들의 새로운 아픔과 한 만 가득 실리고 있다.

참사가 일어나기 불과 몇달전에 북적대던 한 음식점을 인수받은 한 아주머니는 중앙로에 교통이 끊겨 손님은커녕 사람 구경조차 힘들다며 한숨을 쏟아 낸 뒤 남편으로부터 이혼을 당하게 되었다며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역시 중앙로 주변에서 귀금속상을 경영하는 한 젊은이는 버스가 개통된 후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나면서 아픔속에서도 실낱같은 희망을 갖는다며 지하철의 재개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지하철 참사로 유명을 달리하신 희생자와 부상자. 그리고 그 가족들의 아픔과 슬픔을 어찌 말로 다 나타낼수 있겠는가? 그러나 이제는 소리없이 고통을 삼키며 살아온 또 다른 사람들의 아픔도 돌아 볼때가 된 것 같다.

지하철의 재 운행여부는 안전문제에 달려있다.

안전문제는 협의의 대상이나 협상의 조건이 아니다.

안전은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근본과제다.

한시바삐 우리모두 안전에 대한 최선의 방안을 마련한 후 지하철을 운행시켜야 할 것이다.

이것이 어쩌면 가신 분들의 원혼을 달래고 살아남은 자들의 또 다른 한을 키우지 않는 일이 아닐까?

마침 내일이 부처님 오신 날이다.

우리 모두 자리이타(自利利他)의 대승적차원에서 슬기로운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동성로 상인들의 한숨은 중앙로를 넘어 온 시가지에 퍼지고 있다.

아니 말없는 많은 서민들의 고통도 커지고 있다.

사람들 저마다의 주장에 옳고 그름을 따지기에 앞서 '달리지 못하는 철마'를 바라보는 대구시민 모두 안타까움과 답답한 심정은 마찬가지 일듯 싶다.

중구청 부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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