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생태적 감수성을 기르자-(하)도원초교 생태체험교육

학생들에게 생태적 감수성을 길러주기 위한 작은 움직임들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환경보전시범학교로 지정된 학교를 중심으로 체험환경교육이 시도되고 있고, 일부 교사 및 환경단체들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환경체험학습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지난달 28일 오후 대구시 달서구 도원동의 한 야산. 이 야산을 올라가다 보니 700평 정도의 계단식 텃밭이 정성스레 가꿔져 있었다.

이 텃밭엔 가지·오이·피망·방울토마토·고추, 열무·배추·상추·들깨·파·미나리·호박 등 각종 농작물이 자라고 있었다.

이곳을 가꾼 것은 인근 주민들이 아닌 도원초교 학생들. 이날도 학생들은 방과후 텃밭에 나와 고추·가지 등 모종을 심고 물을 주며 희망을 키워가고 있었다.

이들의 얼굴에서 즐거움과 생동감을 느낄 수 있었다.

왜, 뭐가 그리 즐거운지 물었다.

학생들의 대답은 '그냥 좋다' 였다.

그자체가 좋고 재밌는데 더이상 무슨 이유가 필요하냐며 되묻는 듯 했다.

6학년이란 팻말이 서 있는 밭 이랑. 10여명의 6학년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고추 등 모종을 심느라 비지땀을 흘리고 있었다.

최고 학년답게 자못 진지하기까지 했다.

밭에 물을 주기 위해 물뿌리개를 들고 멀리 떨어진 도랑으로 분주히 쫓아다니는 아이들의 얼굴에선 싫은 내색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이랑 위에 올라가면 안돼요. 물 너무 많이 주지 마세요". 조금 떨어진 5학년 소유의 밭에선 6학년과는 달리 아이들을 향한 선생님들의 애달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조금 어수선하기도 했지만 아이들은 호기심과 즐거움에 활기가 넘쳤다.

학생들은 꽃삽과 호미 등을 쥔채 땅을 고르는가 하면 방울토마토의 열매를 따고 잡초를 솎아내고 있었다.

"처음에 나는 방울토마토 열매를 따 주지 않으면 한꺼번에 너무 많이 생겨나 좋은 토마토를 수확할 수 없어요". 왜 방울토마토 열매를 따냐는 물음에 한 학생이 선생님의 말을 그대로 따라 하며 대답했다.

이철진(11·도원초교 5년)군은 "먹기만 했지 방울토마토, 고추 등 모종이 어떻게 생겼는지 어떻게 자라는지 몰랐는데 직접 키워보니 신기하고 재밌다"고 했다.

박형진(11)군도 "평일, 주말 가리지 않고 시간만 나면 엄마와 이곳에 와서 밭을 가꾼다"며 "얼마나 자랐는지 궁금해서 자주 올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이 모종 3포기가 시든 것을 보고 '오이가 죽었다'며 제일 먼저 선생님께 알린 송규호(11)군은 "불쌍하고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정병인(11)군은 "내일 중간고사를 치는데도 여기서 채소를 가꾸는게 더 재미있어 시험 걱정이 별로 안된다"며 "이런 시간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5학년 김미자(49·여) 교사는 "과실이 익어도 아까워서 어떻게 먹냐는 아이들이 있을 정도"라며 "텃밭가꾸기가 아이들에게 생명의 소중함과 애정을 가지게 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텃밭은 도원초교가 올해부터 2년간 시교육청과 환경부의 환경보전시범학교로 지정되면서 가장 먼저 시도한 체험학습장이다.

4~6학년까지 학년별로 밭을 분양하고, 실과시간이나 재량활동시간을 활용, 텃밭을 가꾸고 있다.

별도로 가정에도 10~13평 정도 분양, 부모와 학생들이 직접 시간날때마다 농작물을 가꾸도록 했다.

너무 인기가 좋아 분양을 시작하자 마자 동이 났을 정도.

텃밭 가꾸기 외 아침마다 학년별로 뒷산 산책 시간도 갖고 있다.

호응이 좋아 학생·교사 모두 '산책을 나오면 학교에 들어가기 싫을 정도'라고 했다.

또 교정에 식물원과 야생화 화단, 간이습지를 조성하고 환경도서와 사진, 환경 다큐멘터리, CD 등 환경보전 및 탐구 관련 자료들을 구입, 학생들의 생태환경 교육에 활용할 계획이다.

교정내 식물 도감도 자체적으로 만들기로 했다.

지역내 환경체험 학습공간을 발굴, 환경체험 길 지도 및 프로그램, 길잡이 책자 등도 개발, 보급할 계획이다.

숲·강·곤충·천체·역사·자연사랑 등 각각 20명 정도의 체험단을 구성, 다양하고 체계적인 체험환경 활동을 열고, 학년별로 환경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학생들의 생태체험학습을 위한 교사들의 활동도 활발하다.

지난 1996년 생태환경 교육을 위해 초등학교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대구 환경을 생각하는 교사모임(환생교)'은 '우리 삶터 대구, 어린이환경체험단'을 구성, 매월 한 두차례 자연생태계가 잘 보전된 곳을 탐사하며 현장중심의 환경체험학습을 하고 있다.

대구 전체 모습과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 앞산 꼭대기에서 신천발원지, 금호강, 낙동강 등을 돌아보는 '대구 한바퀴'를 비롯 비슬산 등 식생 체험, 숲밖골 등지의 수서생물 관찰, 진천천 따라가기, 습지탐사, 겨울철새 탐조, 천체 관측 등 다양한 환경체험학습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일엔 환생교를 중심으로한 교사 10여명이 달성군 유가면 유가초등학교 한정분교 운동장에서 목성·토성 및 은하·성운·성단과 오리온·황소·쌍둥이 등 겨울철 별자리, 사자 등 봄철 별자리 등을 관찰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이날 천체관찰 학습은 오는 17일 학생들과 함께할 관찰 학습에 앞서 교사들이 먼저 밤하늘 방위와 별자리를 찾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마련됐다.

환경단체인 환경운동연합도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구성된 '꾸러기 환경탐사대'와 '어린이 초록수비대', 중·고생을 대상으로한 '청소년 푸르미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꾸러기 환경탐사대는 대구교육대학 환경교육동아리인 '초록학교 초록선생님' 회원 16명의 지도로 들꽃탐사, 자연하천탐사, 도시의 가로수, 여름자연나들이, 골목탐사 등의 체험학습을 한다.

초록수비대는 꾸러기 탐사대를 수료한 초교 3~6년 학생들이 모여 자연보존지역과 환경파괴현장을 답사하며 생태환경을 배우고 지키는 노력을 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오는 24일부터 이틀간 경북 의성군에서 '청소년 환경농촌활동'도 계획하고 있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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