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노송과 기암절벽의 조화 '도장산'

태양에서 에너지를 얻는 녹음이 하루가 다르게 짙어져간다.

대지도 어느덧 반소매 옷을 입고 거리를 활보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달궈졌다.

산에 오르는 사람이 햇볕에 피부 조금 그을리는 것에 크게 개의치는 않지만 봄 직사광선이 한여름 햇볕보다 피부에 더 나쁜 만큼 뜨거워지고 있는 햇볕이 은근히 신경이 쓰이는 게 사실이다.

문경시 농암면 내서리와 상주시 화북면 용유리 경계에 솟아 있는, '도(道)를 감춘 산'이라는 뜻을 가진 도장산(道藏山)은 아무리 뙤약볕이 내리 쬐어도, 또 챙이 넓은 모자가 없어도 '햇볕에 얼굴이 그을리면 어쩌나'하는 걱정은 하지 않고 오를 수 있는 산이다.

몇몇 곳을 제외하고는 정상 부근 능선마저도 태양이 힘쓰지 못할 정도로 나무가 울창하기 때문이다.

정상 해발 828m의 도암산 산행코스는 크게 2개. 문경시 농암면 내서리의 쌍룡계곡을 들머리로 잡아도 되고 상주시 화북면 소재지에서도 오를 수 있다.

문경시 농암면사무소 소재지에서 차를 몰아 쌍룡터널 조금 못미처 있는 간이 주차장에 차를 세우자 흐르는 물소리가 귀를 자극한다.

용소에 청룡, 황룡이 함께 살았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쌍룡계곡이다.

유난히 많았던 봄비 덕인지 계곡 물은 저 혼자서도 포말을 일으키며 세차게 흘러내린다.

불결한 간이 주차장 화장실 악취에 머리까지 띵하지만 공사장에서 쓰이는, 구멍이 숭숭 난 철판 다리를 건너면서 산행은 시작된다.

철판 다리 바로 옆에는 꼭대기에 예쁜 소나무를 이고 있는 거대한 바위가 있다.

숫룡바위다.

계곡 맞은편에는 담 아래로 뛰는 듯한 형상의 암룡바위가 있다.

가을이면 발갛게 물들 단풍나무 잎은 아직 자신이 나설 때가 아님을 알고 있는 듯 튀어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발 밑 낙엽은 그동안의 입산통제기간이 지겨웠던지 유난히 바스락거린다.

두 줄기로 갈라져서 내리던 물이 바로 밑 암반에서 하나로 합쳐지는 쌍룡폭포를 지나면 오른쪽 깊은 계곡 아래에 물줄기가 10여m에 달하는 심원폭포가 나타난다.

20여분 걸었을까. 도장산 정상 가는 길을 알리는 이정표가 보인다.

그동안 귀를 즐겁게 해주던 물소리는 여기서부터 점차 멀어진다.

숨이 가빠오고 등줄기에서는 땀이 흘러내리기 시작한다.

그러나 눈은 즐겁다.

같은 소나무인데도 생김새는 모두 다른, 늙은 소나무 덕이다.

수직으로 높이 솟았는데 나무 꼭대기에만 잎을 달고 있는 것도 있고 누군가 위에서 누른 듯이 옆으로만 가지를 벌리기도 했다.

죽은 것이 산 것보다 더 늠름한 자세로 서 있기도 하다.

40여분 더 걸으면 하늘이 조금 열린다.

전망도 제법 좋지만 정상까지는 더 가야 한다.

정상까지 1㎞가 남았다는 이정표만 있고 지명은 없다.

자치단체나 지역 산악회 등 이 산을 잘 아는 누군가가 적당한 이름을 붙여준다면 외지 산행객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많은 산 동호인들은 말한다.

산이 많기로는 다른 어느 지역에 빠지지 않는 경북이지만 산 안내는 크게 미흡하다고. 이들은 호남이나 충청 지역에서는 산행 코스 곳곳마다 지명을 붙여 외지 산 동호인에게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관광객 유치 효과도 거두고 있다고 한다.

모범적인 예로는 충북 영동의 천태산을 꼽는다.

다시 산 정상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최근 몰아친 강풍에 둥치가 부러지거나 뿌리째 뽑힌 나무들이 제법 많이 보인다.

길지는 않지만 암릉지대도 나오는데 암석 재질이 그리 단단하지 않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조금 큰 쟁반 크기의 표지석이 있는 정상에 서면 서쪽으로 속리산 주능선이 한눈에 들어오고 북쪽으로는 청화산과 청룡계곡이 건너다 보인다.

탁 트인 전망과 땀을 식혀주는 바람은 상쾌하지만 파리인지 벌인지 구별이 잘 안 되는 날벌레가 신경을 건드린다.

바닥이 시멘트 콘크리트로 동그랗게 만들어진 헬기장까지는 전망 좋은 능선길. 왼쪽 절벽 끝에는 분재용으로 잘 가꿔진 듯한 노송이 잇달아 서 있고, 낭떠러지 저 아래쪽에 펼쳐진 인간 세상을 보면 신선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연초록색의 잎을 가진 참나무는 능선 오른쪽 바로 아래에 큰 군락을 이루면서 노랗게 보이는데 마치 푸른 숲에 노란색 꽃이 핀 듯하다.

넘어진 나무가 길을 헷갈리게 하고 뛰다시피 하지 않으면 안되는 급경사 길을 한참을 내려오면 묘지 2개가 나온다.

여기서 우측으로 난 숲길은 등산로에도 고사리가 있을 정도로 나무가 우거졌다.

이 길을 따라 40여분 더 하산하면 신라시대 원효대사가 창건했고 윤필거사가 수도했다고 전해지는 심원사다.

고찰이라지만 지난 60년대에 다시 지은 대웅전 지붕이 양철로 되어 있을 정도로 현재의 사세(寺勢)는 빈약하다.

살림집 분위기의 절 마당 앞엔 나무다리가 놓여있고 역시 양철로 된 일주문을 지나 더 내려오면 산 정상 가는 길 이정표가 있는 곳에 이르게 된다.

4시간이면 산행 가능하고 모내기가 한창인 전형적인 농촌 풍경을 보고, 구불구불한 뭉우리고개(상주~문경 경계) 드라이브를 즐기는 재미는 덤이다.

▶가는 길:경부고속도로 구미IC 지나 중부내륙고속도에 접어든 뒤 상주IC에서 빠진다.

문경 방면으로 달리다 상주 공갈못휴게소 지나 나오는 이안교차로에서 함창 쪽으로 우회전한 뒤 농암 방면으로 진행한다.

상주시 은척면과 문경시 농암면 경계의 고갯길을 내려가면 농암면사무소 소재지. 면사무소 소재지 직전 네거리에서 좌회전해 8㎞ 정도 달리면 쌍룡계곡 이정표가 나온다.

▶주변 가볼 만한 곳:수령 150~200년 된 노송 200여 그루가 숲을 이루고 있는 대정숲이 농암면사무소 소재지에, 석탄산업 변천사를 한눈에 알 수 있는 석탄박물관과 넓은 암반이 마치 대리석을 깔아놓은 듯한 선유동 계곡이 차로 30분내 거리에 있다.

▶먹을 만한 집:쌍룡계곡 입구 설악가든(054-571-3690)에서는 오리백숙을 전문으로 한다.

오리 배 속에 황기와 마늘, 대추 등을 넣어 익힌 것으로 고기를 건져 먹은 후 국물에 죽을 끓여 먹는다.

1마리에 3만원으로 3, 4인이 먹을 수 있다.

또 쌍룡터널 지나 바로 오른쪽에 있는 늑천정가든(054-531-1994)은 자연산 버섯을 주원료로 한 버섯전골을 내놓는다.

작은 냄비(3인분) 2만5천원, 큰 냄비(4인분) 3만원.

송회선기자 song@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