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추락 전투기 조종사 '살신성인' 흔적

최후의 순간까지 마을 주민들을 구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조종간을 잡았던 공군 16 전투 비행단 김상훈(30) 대위.

자신의 목숨보다 지상의 민간인들을 먼저 생각하며 군인의 사명을 다한 살신성인 정신이 동료들과 주위 사람들의 옷깃을 여미게 한다.

지난 13일 오후 1시쯤 비행장에서 불과 1.5km 떨어진 농촌마을 예천군 유천면 화지리.

평소처럼 비무장 상태인 F-5E 전투기를 몰고 훈련비행에 나섰던 김대위는 좌측엔진 고장으로 다급하게 관제탑에 '기체이상'을 보고하고 활주로쪽으로 기수를 돌려 비상 착륙을 시도하던 중이였다.

"이젝션(탈출)하라". " 이젝션하라!".

관제소는 기체이상 보고를 받은 뒤 3차례에 걸쳐 탈출지시를 내렸다.

그러나 김 대위는 민가 밀집 지역 추락을 피하기 위해 탈출용 의자를 사용하지 않고 마직막 순간까지 조종간에 앉아 사고기와 운명을 함께 했다.

16 전투 비행단 최용석(34) 소령은 "동료들에게 항상 웃는 얼굴로 대하는 김대위의 사고가 믿어지지 않는다"며 "평소 자기 일에 대한 책임감이 강했던 김대위가 끝까지 민가 피해를 막으려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같은 편대원이였던 박상용(33)대위는 "선후배 사이에 신망이 두텁고 매사에 솔선수범해 주위로부터 칭송이 자자했다"며 "지난해 11월 편대원 항공기가 이륙 직후 엔진 고장을 일으켰을 때 공중에서 휼륭한 조언을 해 무사히 귀환케 한 베테랑 조종사였다"며 김대위의 죽음을 애석해 했다.

비상탈출이 가능한 고도는 2천피트(680m). 추락직전 김대위가 타고 있던 전투기는 탈출이 불가능한 800피트(240m) 고도에서 조종됐던 것으로 관측돼 마지막 순간까지 민가를 벗어나려 안간힘을 쏟았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군은 분석했다.

또 사고기가 비교적 저고도 상태에서 추락하면서 폭발, 일반적인 항공기 추락사고에 비해 기체 파편으로 인한 피해나 폭발에 의한 피해가 적은것도 삶과 죽음의 귀로에서도 지상의 피해를 최소화하려 했던 급박했던 순간을 엿볼 수 있다.

동료 배덕환 대위는 "조종사들은 평소 추락사고시 지상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에 대해 훈련과 교육을 받는데 김대위는 교육받은 대로 하다가 목숨을 잃은 것 같다"고 말했다.

공사 44기 출신인 김대위는 2002년 부인 문지선(27)씨를 만나 결혼, 현재 6개월된 딸 은주양을 두고 있다.

총 791시간의 비행기록을 갖고 있으며 그동안 사령관 표창 등 부대표창을 수차례 수상해 동료들의 귀감이 돼 왔다.

예천 마경대기자 kdm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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