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익부 빈익빈인가. 대구아트엑스포2003, 5월 공예축제, 화랑특별기획전 등…. 요즘 대구가 미술로 넘쳐나지만, 정작 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아트엑스포에만 관람객이 몰리고 있다.
다른 곳은 썰렁하기 짝이 없다.
봉산동 15개 화랑이 동시에 열고 있는 '5월 공예축제'에는 관람객이 손꼽을 정도로 적고, 특별기획전을 여는 화랑에서도 인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중에는 놓치고 나면 후회할 만한 전시회가 꽤 있다.
그 중 3개의 전시회를 골라 소개한다.
▲윤형근전=국내 비구상회화의 대표적인 화가의 전시회다.
70년대부터 모노크롬(단색)회화에 주력, 한국 현대미술의 일각을 점하고 있는 그는 심오한 정신성을 추구하는 작가로 널리 알려졌다.
마포천에 검은색 물감을 넓적하게(혹은 길게) 바른 듯한 단순한 작품이지만, 그 속에 내재된 의미는 무척 전통적이다.
종래의 회화방식인 그리기에서 벗어나 예전 아낙네들이 천에 염색한 것 같은 물들이기 기법으로 그려낸 것이 특징. 검은색을 주조로 하면서 형태가 단순 명쾌하다는 점에서 동양적인 수묵화의 느낌마저 준다.
비록 서양화의 형식을 빌렸지만, 민족의 감성적인 면과 자연관을 화면에 나타낸 것이다.
단순성이 어떤 형태로 고도의 정신성과 사물을 표현할 수 있는지가 감상포인트.
홍익대 출신인 그는 1928년생(만 75세)으로 경원대 교수·총장을 지냈다.
31일까지 갤러리 신라(053-422-1628).
▲정경연전=국내에서 섬유작품을 순수예술의 반열에 당당하게 올려놓은 작가의 전시회다.
그는 흔히 막일을 할때 쓰는 '목장갑'을 이용, 신선하고 충격적인 작품을 보여준다.
수백, 수천개의 목장갑을 부분적으로 염색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배열하는 방식이지만, 수많은 인간의 손이 마치 꿈틀거리고 아우성을 치는 듯한 느낌을 준다.
또 목장갑의 손가락이나 손목 부분만 1m이상 길게 늘어뜨리거나, 목장갑을 차곡차곡 포개고 끼워놓은 방식으로 삶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한번 쓰고나면 둘둘 말아버리거나 내다버리는 목장갑이 이처럼 '찬란한' 생명력을 갖고 있다는 자체가 경이롭다.
그는 1980년 미국에서 귀국해 서울에서 첫 전시회을 열었을때 전통적인 틀을 과감하게 부수고 섬유예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1955년생으로 홍익대 미대교수로 재직중이다.
16일까지 예술마당 솔(053-427-8141).
▲최린이전=젊은 작가의 참신한 작품을 보는 것도 눈의 피로를 덜어줄 것 같다.
그의 주제는 flow(부유하다). 그가 예전에 격렬하게 그리던 이미지는 아예 없어지고 물결 모양의 무늬만 남아있다.
삶과 시간의 흐름을 좀더 관조적으로 사색적으로 보고자 하는 듯 했다.
"얼마전만 해도 살아가면서 변화하는 것들을 모두 표현하겠다고 욕심을 냈지만, 요즘에는 절제되면서도 간결한 그림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그의 그림을 보면 물 바람 모래 등 자연환경과 기억 세월 마음 등 추상적인 요소까지 흐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색감도 밝고 깔끔하다.
예전의 힘과 격렬함에서 벗어났지만 너무 예쁜 그림이 아닐까 싶다.
71년생(만32세)으로 두번째 개인전이다.
16일까지 한기숙갤러리(053-422-5560).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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