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등 실내 공간이 수십종의 공기오염물질로 가득차 있다는 사실은 이제 더이상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
지난 2000년 WHO(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최소한 10억명이 실내오염 기준을 100배까지 초과한 유해환경에 정기적으로 노출돼 있고, 실내오염에 의한 사망자가 28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8대 도시에 살고 있는 인구는 2천200만명. 이중 1천만명 정도가 10층 이상의 고층 아파트에 살고 있다.
그렇다면 인구의 절반 정도가 살고 있는 고층아파트 실내의 공기질은 어떨까? 고층과 저층, 실내와 실외의 공기오염도 차이는 어느 정도일까?
벤젠, 톨루엔 등 실내 공기오염의 주범인 휘발성유기화합물질(VOC)을 대상으로 농도를 비교, 측정한 결과 아파트 저층이 고층보다 20~60%, 실내가 실외보다 10~40%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경북대 환경공학과 조완근 교수팀이 지난 2001년 3월부터 3개월간 대구지역 30여개 고층아파트 56개동 112가구를 대상으로 벤젠, 톨루엔, MTBE(methyl-tertiary butyl ether), 에틸벤젠, 자일렌 등 대표적인 VOC의 농도를 측정, 연구한 결과다.
저층은 1, 2층, 고층은 10~15층을 기준으로 삼았고,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 12시간씩 낮과 밤으로 나눠 동시에 조사했다.
조 교수팀의 이같은 연구 결과는 지난달 31일 국제환경전문학술지 'Environmental Research(엔바이언멘털 리서치)' 논문에 실렸다.
연구결과 아파트 베란다에서 측정한 실외 평균 VOC 농도는 저층의 경우 MTBE가 5.4㎍/㎥, 벤젠 6.8㎍/㎥, 톨루엔 29.1㎍/㎥으로 고층의 각각 4.4㎍/㎥, 4.3㎍/㎥, 21.9㎍/㎥보다 높았다.
실내 VOC 농도도 저층이 각각 6.3㎍/㎥, 9.4㎍/㎥. 44.8㎍/㎥로 고층의 5.1㎍/㎥, 7.6㎍/㎥, 38.8㎍/㎥보다 높게 나타났다.
밤시간대 저층 실외의 경우 MTBE, 벤젠, 톨루엔의 평균 농도가 각각 6.1㎍/㎥, 7.7㎍/㎥, 36.9㎍/㎥로 낮시간대 4.5㎍/㎥, 6.2㎍/㎥, 25.9㎍/㎥보다 1.2~1.4배 정도 높았다.
고층 실외 경우엔 이들 물질들의 평균 농도가 밤 5.1㎍/㎥, 4.8㎍/㎥, 24.8㎍/㎥으로 낮 4.0㎍/㎥, 3.5㎍/㎥, 19.8㎍/㎥보다 1.3~1.4배 정도 높았다.
밤시간대 저층 실내의 경우엔 각각 6.8㎍/㎥, 13.6㎍/㎥, 57.4㎍/㎥로 낮시간대 저층 실내의 5.5㎍/㎥, 6.3㎍/㎥, 40.2㎍/㎥보다 높았고, 밤시간대 고층 실내는 5.7㎍/㎥, 11.6㎍/㎥, 44.5㎍/㎥로 낮시간대 고층 실내 4.3㎍/㎥, 5.3㎍/㎥, 30.4㎍/㎥보다 높았다.
한마디로 고층보다 저층, 실외보다 실내, 낮보단 밤의 VOC 오염도가 높았다.
저층의 오염도가 고층보다 높은 이유는 아파트단지 주차장 및 인근 도로 등의 자동차 배출가스가 저층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반면 고층으로 올라갈수록 희석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또 실내가 실외보다 높은 것은 자동차 배출가스 등 외부 오염물질의 내부 침투 외에도 실내 흡연이나 페인트, 건축 및 내부 자재와 바닥재, 벽지, 방문 등의 니스 성분, 비닐장판 등에 VOC가 다량 함유돼 있기 때문. 또 실내엔 환기구멍 등 이렇다할 환기장치가 없는데다 단열성을 강조, 실내를 이중으로 밀폐함으로써 통기성을 더욱 떨어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밤이 낮보다 오염도가 높은 것은 역전현상 빈도수가 높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온도가 낮아지는 일반적인 현상과 달리 해가 떨어지면서 지표면부터 냉각되면서 아래쪽 공기가 차갑고 위 공기가 따뜻해져 아래 위 공기가 혼합되지 않아 오염물질들이 지표면에 그대로 쌓이기 때문이란 것.
휘발성유기화합물질 중 MTBE의 경우 논란중에 있지만 많은 학자들이 급성 및 만성 독성을 가지고 발암성까지 가진 물질로 보고 있다.
벤젠은 백혈병, 암을 유발하고 구토, 현기증, 두통, 등 여러가지 급성 증상들을 일으킨다.
또 눈.코.입 등을 자극, 따가운 증상을 나타내기도 한다.
조완근 경북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VOC 오염도를 줄이기 위해선 아파트단지내 불필요한 차량 공회전 및 후진주차를 금지하고 아파트 건축시 바람길을 조성해 오염물질을 확산, 희석시켜야 한다"며 "VOC에 노출된다고 갑자기 중병에 걸리는 것은 아니지만 저농도라도 장기간 노출될 경우 발암 위험성 등 만성적인 건강악화를 가져 올 수 있는 만큼 주기적인 환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해뜨기 전후의 공기오염도를 비교, 측정한 결과 역전현상으로 인해 해뜨기전 2시간이 해뜬뒤 2시간보다 오염도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해뜨기전 겨울철 저층의 MTBE, 벤젠, 톨루엔의 농도는 7.6㎍/㎥, 9.7㎍/㎥, 28.5㎍/㎥로 해뜬뒤 6.4㎍/㎥, 6.5㎍/㎥, 21.9㎍/㎥보다 크게 높았다.
이에 새벽시간에 오염물질이 지표면에 많이 쌓여있을 가능성이 높아 새벽 운동시 유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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